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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집값담합, 제재 실효성 있나

부총리 특별법 언급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조사 등 부동산 거래현장 단속 무리

일상이 된 집값담합, 제재 실효성 있나
정부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담합 등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최근 몇달 사이 집값이 급등한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일대.


#.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A씨는 올 초 집을 매매하기까지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지난해 중반부터 집을 팔기 위해 내놓고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중개인에게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아달라고 했지만 계속 "기다려 보자"는 대답만 들은 것. 집을 팔고 경기도 외곽에 주택을 짓고 싶었던 A씨는 "조금만 기다리면 몇 천만 원 더 값을 받아주겠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빨리 팔아 집 지을 땅을 알아보고 싶었다"면서 "주인이 값을 낮추겠다는데도 안 된다고 하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 최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로 이사 온 B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주민마다 똑같은 인사를 건네 당황했다. "얼마에 샀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은 것. "내가 얼마를 주고 집을 샀다는 게 왜 공통적으로 궁금한지 의아했는데 실거래가가 등록되기 전 현재 시세를 습관적으로 체크하는 것 같다"면서 "집을 살 때 중개인이 절대로 산 가격보다 낮게는 안 팔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의미였나 싶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지난 9·13 부동산 대책 직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집값 담합을 막기 위해 특별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가격 담합 행위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쉽게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집값 담합은 이를 부정행위라고 인식할 수 없을 만큼 공공연하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 가격 담합은 여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격 담합'으로 규정짓기엔 애매한 이 같은 상황도 집값 담합 금지를 법에 명시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모니터링 등을 예고하자 입주자임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정부는 허위매물 신고가 많은 단지를 중심으로 악의적인 신고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 중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가격보다 낮은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방법을 통해 집값을 담합하는 것을 업무방해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것. 국토부는 현재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집값 담합 행위가 의심되는 몇몇 단지에 대해 별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허위매물이라는 이유로 악의적인 신고를 하거나 중개사을 압박한 경우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접수된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8월 2만1824건에 달해 전달에 비해서는 3배, 전년 동원에 비해서는 6배로 늘었다. 국토부는 이를 실제 허위매물이 증가한 게 아니라 집값 담합을 위해 허위매물이라는 핑계를 댄 악의적 신고가 더 많다고 보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또다시 "인터넷 상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한 담합 등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담합과 관련해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현장 점검과 부동산카페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법 개정뿐 아니라 신규 입법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국토부는 주민들이 집값 담합을 위해 공인중개사를 압박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중개업자를 압박하는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이번에 김 부총리가 아파트 담합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언급한 만큼 특별법 개정으로 내용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법으로 명시한다고 해도 실제 현장 적용을 통한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본부장은 "특별법을 통한다고 해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입주민 커뮤니티를 전수조사 하기도 사실상 어렵다"면서 "거기에 집주인들이 자발적으로 집값을 올려놓은 경우엔 더 규제하기 힘들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