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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무역전쟁… 中 "협상 판깨고 맞불" 반격모드 전환

트럼프 추가 관세폭탄 임박..중국, 비관세 보복카드 검토
원자재·부품 수출 중단할듯..JP모간, 美증시 악영향 우려

파국 치닫는 무역전쟁… 中 "협상 판깨고 맞불" 반격모드 전환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서혜진 윤재준 기자】 이달말 예정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해소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부과를 전격 단행키로 하면서 중국이 협상 테이블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메머드급 관세부과에 이어 고위급 회담이 결렬되면 양국간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게 될 우려가 커 보인다.

■중내부 "협상 판 깨자" 기류

중국 당국이 이달말 예정된 무역협상을 깨고 미국을 겨냥한 비관세 보복 카드를 적극 검토중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내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하자'는 미국측 제안을 거부하려는 기류가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WSJ은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부과에 나서려고 하면서 중국도 무역협상 제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고위 당국자는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대방과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먼저 무역협상 재개를 제안한 데 대해 중국은 '자국의 승리'라며 적극 반겼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추가로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아예 협상 판을 깨며 강대강 대치국면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이에 미국 기업을 겨냥한 각종 비관세 장벽을 포함한 질적 보복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제조업계 공급체인에 직접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원재료나 장비 등의 대미수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서는 방안이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차이신에 따르면 러우지웨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전날 발전고위층포럼 발표에서 공급사슬상의 핵심 중간재와 원자재, 부품 수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우 주임은 "이런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미국 정부가 관세 리스트에서 제외한 물건들, 미국 기업들이 전력을 다해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호소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러우 주임이 중국 정부의 외곽조직인 정협 고위 간부일 뿐만 아니라 전직 재정부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그의 제언이 중국 당국의 입장을 간접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반격모드로 전환하려는 기류가 심화되면서 미중 무역전쟁도 장기전 모드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양국간 협상은 오는 27~28일 워싱턴DC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앞서 고강도 관세폭탄 투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도 기존 수동적 자세에서 내상을 각오한 총력전으로 전환하는 태세다.

■JP모간 "무역전쟁 미증시 최대 악재"

이 가운데 중국 당국이 유력하게 검토하는 반격 카드가 비관세 수단이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 7월 이후 총 500억달러 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현재까지 미국의 관세부과에 동등한 규모의 맞보복을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실행에 옮겼다. 문제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이 5056억달러에 달한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1304억달러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2000억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추가로 곧 부과한다면 중국이 동등한 규모로 맞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비관세 카드를 다각도로 검토해 미국과 장기 항전을 단단히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JP모간은 미국의 무역전쟁이 미 증시에 최대 악재가 되고 있으며 내년 실적도 끌어내릴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JP모간의 애널리스트들이 7000개가 넘는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은 지난해 12월 단행된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혁 보다 무역분쟁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 3분의 2와 원자재 업체 절반 이상이 무역 마찰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업체 전략가들도 신흥시장 통화위기나 미국 중간선거 결과보다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