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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그린벨트 놔두고 재건축 풀어라

국토부·서울시 갈등 여전 살고싶은 곳에 집 늘려야

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21일 또 하나의 대책을 예고했다. 앞선 9·13대책은 투기수요를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엔 공급 확대를 통해 수급문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옳다. 관건은 시장이 원하는 곳에,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느냐다.

정부는 그 대안으로 그린벨트 등 택지개발과 도심 소규모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라는 두 갈래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우선 그린벨트를 풀고 강남권에 버금가는 고급주택지를 만들어 강남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이 계획은 첫발을 떼기도 전 발목을 잡혔다.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린벨트는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도시의 '허파'로 미래세대에게 남겨줘야 할 최후의 보루다. 한번 훼손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고, 주변은 다시 훼손이 진행돼 벨트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린벨트가 서울 외곽에 있어 과연 강남이나 도심 수요를 분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되레 개발 과정에서 투기세력이 몰려 투기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

수도권 30개 택지개발은 난개발과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서울 도심의 공급 확대방안으로 연립·다세대 재건축과 상업지역 및 일부 유휴지 등 소규모 위주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이런 소규모 개발은 강남 대체수요라는 시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뿐더러 기반시설 부족 등 난개발과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집값 문제의 진원은 강남권 등 서울 도심이다. 이곳에 양질의 주택을, 시장이 요구하는 만큼 공급하지 않고는 주택시장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양질의 도심 아파트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도심의 신규 공급처인 30·40년 된 낡은 아파트마저 재건축 규제로 주택공급이 꽁꽁 막혔다. 이것이 수급불안을 부르고 반복적으로 집값 불안을 일으킨다.

참여정부 시절 초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양질의 주택에 대한 수요는 늘어났는데 정부가 공급대책을 등한시하고 위축시킨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약효를 높이려면 원인에 맞는 맞춤처방이 필요하다.
서울 도심의 공급부족이 원인인 만큼 이곳의 공급 확대가 맞춤처방이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정공법이다. 투기가 겁난다면 철저한 개발이익환수장치를 두면 된다.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로 주택시장 과열에 마침표를 찍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