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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격화로 외국기업 탈중국행 조짐


【베이징=조창원 특파원】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내 외국계기업들의 엑소더스 움직임이 감지된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부과가 현실화되면서 미국 수출선이 막힐 것을 우려해 중국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이전하거나 동남아 국가로 옮기려는 조짐이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최근 2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4%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응답 기업 중 7%는 중국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이미 옮겼거나 옮길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답했다. 중국 대신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으로 핵심 부품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결정함에 따라 미국내 생산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유럽기업의 움직임도 있다. 실제로 응답 기업 중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옮겼거나 옮기고 있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도 5.2%나 됐다.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다수 갖춘 일본 기업들도 자국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일 NHK에 따르면 유력 건설기계 메이커인 '고마쓰'는 중국에서 생산하던 셔블카 등의 건설기계 부품 일부를 지난달부터 일본과 멕시코로 이전했다. 전자·전기 메이커인 미쓰비시전기도 다롄에서 생산하던 레이저 가공기 등의 공작기계 생산을 지난달 나고야공장으로 옮겼다. 기계 메이커인 도시바기계는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던 플라스틱 부품 제작기계 생산을 내달부터 시즈오카현 누마즈공장과 타이에 있는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확정했다.

중국내 외국계기업들이 자국으로 설비를 이전하는 방안외에 동남아로 이전하려는 추세를 보이면서 동남아 주요국들이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가 잇따르면서 동남아 국가로 이전해오는 다국적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내 미국상공회의소, 상하이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설문을 살펴보면 중국내 미국기업 430여 곳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생산지 이전을 검토중인 가운데 유력 1순위로 동남아가 꼽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고전이 예상되지만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중국의 대체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호재를 누릴 것으로 분석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