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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시장 요구 외면한 주택공급 대책

재건축 활성화는 빠져..가격안정 효과에 의문

정부가 과열된 서울지역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번엔 주택공급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21일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수도권에 30만가구의 주택을 신규 공급하는 내용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9·21대책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을 늘려 수급불안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9·13대책이 시장 옥죄기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단기처방이라면 9·21대책은 수급문제에 기반한 근본 처방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공공택지 내 30만가구 공급, 도심 주택공급 확대, 신혼희망타운 조기공급이 골자다. 시장이 요구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도 엿보인다. 국토부는 강남권 수요를 대체할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 외곽 그린벨트 개발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와 여론의 반대에 막혔다. 그 대신 수도권에 330만㎡ 규모 신도시 4∼5곳 개발을 제시했다. 서울 도심의 상업·준주거지역과 역세권 건축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처방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시장이 요구하는 양질의 도심 주택수요를 감당할지는 미지수다. 서민주거안정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틈만 나면 가격이 치솟는 주택시장안정 대책으론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유동성은 풍부한데 돈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가 없자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그래서 서울 강남권과 도심 노른자위 주택수요가 전국에서 몰리고 이게 집값 불안을 부른다.

주택공급 정책은 서민 주거안정과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두 갈래로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 과열된 강남의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 수요에 맞춘 양질의 주택을 그곳에 공급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한 것이라면 그 수요에 걸맞은 처방을 내놓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9·21대책은 두 가지 목표가 한데 뒤섞여 뒤죽박죽이다. 대책의 출발점은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인데, 본질인 도심 집값안정대책은 쏙 빠지고 온통 서민주거안정에 무게가 실렸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서울 집값 이상과열을 잠재울 수 있는 근본 처방은 수요분산이 아니라 수요충족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수요가 있는 그곳에서 시장의 입맛에 맞는 수준의 주택을 원하는 만큼 공급하는 게 상책이다. 그 해법은 공급을 가로막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