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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 FTA 일단락, 큰 짐은 덜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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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입차에 관세 위협
면제에 역량 집중하길

한·미 두 나라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문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무역 협력의 본보기를 세웠다"고 말했다. 통상정책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했던 최악의 협상 중 하나를 고쳤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나바로가 보인 반응에서 보듯 미국은 이번 개정 협상에 만족한 표정이다. 그렇다고 우리 표정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서명된 무역협정이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이번 협상을 주도했다.

김 본부장의 말은 일리가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방위 통상전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는 아주 세게 붙었다. 양쪽 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으로 물러설 기미가 없다. 트럼프는 전통 우방인 유럽연합(EU)과도 얼굴을 붉혔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멕시코,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일본도 바싹 긴장한 눈치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통상전쟁터 한복판에서 슬쩍 발을 뺐다. 그러기 위해선 일부 양보가 불가피했다. 원래 한·미 FTA에서 2021년으로 잡혀 있던 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기는 20년 뒤로 미뤄졌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미국은 국내법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국가안보를 내세워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일본·한국산 자동차를 상대로 25%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미 FTA라는 언덕을 넘었더니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큰 산을 만난 격이다. 국내 완성차·부품 업계에 관세 25%는 거대한 장벽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주 문 대통령을 따라 평양에 가지 못했다. 대신 미국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라이트하우저 USTR 대표 등을 만나 관세 예외를 요청했다. '자동차 관세 25%'는 그만큼 화급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서 한국차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는 '검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관세 대신 쿼터를 수용했다.
미국은 자동차에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 국산차 수출물량의 3분의 1이 미국행이다. 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쏟은 힘을 자동차 관세 면제에 집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