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주택 공시가격 인상 너무 빠르지 않나

껑충뛴 재산세에 불만 속출 과속땐 선의의 피해자 양산

이번 추석의 화두는 단연 부동산이었다. 9·13 종합대책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집값 여부에 못지않게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과 수도권 일부 주택소유자들은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난 재산세를 놓고 걱정을 더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오른 시세에 맞춰 재산세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올해 재산세수가 작년보다 10% 넘게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세와 근접하도록 더 올리겠다고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시가격을 올려 현실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시세의 60~70%에서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종부세에 사용되는 공정거래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2022년까지 100%로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세금을 올리면 1주택자라도 5년 뒤에는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담이 지금보다 많게는 3∼4배나 늘어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유세 과속인상이 선의의 피해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고정수입이 없는 고가주택 소유 은퇴가구나 평생 한 채를 보유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갑자기 집값이 올라 고가주택을 소유하게 된 경우에도 보유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재산세는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자산보유액 중 70%가 부동산이다. 그 대부분이 주택이다. 결과적으로 유주택자의 70%가 1주택인 실수요자로 집을 사고팔아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셈이다. 월급이 그만큼 더 오르거나 다른 수입원이 있지 않고는 갑작스럽게 최대 몇배씩 늘어나는 세금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미실현 이익에 대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금부담을 안게 된 실수요자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오죽하면 재산세를 내기 위해 생활비 쪼개서 적금을 부어야 할 판이라는 아우성이 나오겠는가.

조세형평성을 고려할 때 공시가격 현실화는 실수요 여부나 지역 또는 가격에 따라 차등적용이 불가능하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는 물론이고 1주택자의 재산세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늘어난 보유세는 집값으로 전가돼 집값을 부추길 수도 있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집값 잡기용 채찍이 아닌 조세정의 차원에서 접근하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