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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금리는 한은에 맡겨라

총리 이어 국토장관도 간섭
고용·성장까지 두루 살펴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금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다. "(과잉)유동성 정상화가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도 했다. 장관이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인상을 촉구한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중순엔 이낙연 총리가 "금리인상을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부동산정책을 관장한다. 주무장관으로서 애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래선 안 된다. 금리는 한은에 맡기는 게 최상이다.

한은법은 한은의 중립성을 보장한다(3조). 왜 그럴까. 경험상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권을 행사하는 게 경제에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거꾸로 정부 또는 정치가 끼어들면 자칫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장관이나 정치인들은 금리의 한쪽면만 본다. 반면 한은은 경제 전반을 두루 살핀다. 부동산, 가계빚도 보지만 성장률, 고용, 물가도 따진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게 기준금리다.

한은의 무오류성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중앙은행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사실 한은이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를 너무 오래 가져가는 바람에 가계빚이 눈덩이처럼 불고,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간 데는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성장률은 3%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고용통계를 보면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나 보던 숫자가 튀어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일 국회 답변에서 고용부진 때문에 "숯검댕이를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가 이런데 지금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 부동산 잡으려다 성장과 고용을 희생할 판이다. 국가경제를 놓고 볼 때 부동산이 중한가, 성장.고용이 중한가.

금리 판단은 종합예술이다. 이해관계에 얽매인 장관이나 총리, 정치인들 몫이 아니다.
그 일은 한은.금통위 같은 전문가 그룹에 맡기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주열 총재를 연임시켰다. 신임했으면 믿고 쓰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