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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혁신 훼방꾼이 된 국토부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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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카풀 금지 법안 제출
정부는 "지켜보겠다" 느긋

택시 기사들이 4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머리에는 빨간띠를 둘렀다. 이들은 "서민택시 파탄주범 카카오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카카오는 '카카오 T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택시업계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자 사이가 틀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국내 승차공유 플랫폼 럭시를 인수했다. 국회는 아예 유료 카풀을 금지하는 쪽으로 법을 바꾸려 한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택시업계와 국회 눈치만 살핀다. 대통령이 아무리 소리 높여 혁신을 외쳐봤자 현장에선 소용이 없다.

택시 기사들의 반발은 이해할 만하다. 카카오 카풀은 당장 생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혁신을 북돋는 한편 혁신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을 설득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도 국회도 신기술은 팽개친 채 기득권층 보호에만 급급하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를 '붉은깃발법'에 비유했다. 카풀 반대 시위에서 보듯 붉은 깃발은 우리 경제 곳곳에서 나부낀다. 그 뒤에는 다름아닌 정부와 국회가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원칙적으로 승용차의 유료 카풀을 금지한다. 단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허용한다. 지금 국회에는 유료 카풀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택시노조는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못박고 이 시간에도 영리 목적의 카풀은 금지하는 다른 법안도 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는 지난 5월 규제체계를 네거티브 방식(선허용, 후선별규제)으로 바꾸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생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제 역할을 못하긴 마찬가지다. 이미 국토부는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해외 공유경제 업체들을 내쫓았다. 콜버스 같은 국내 스타트업들도 국토부와 지자체의 견제에 발목을 잡혔다. 국토부는 국회에 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보낸다.

정부와 국회는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정부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 조항에 얽매일 게 아니라 나라 경제와 소비자 후생까지 폭넓게 봐야 한다.
국회는 표만 따질 게 아니라 혁신이 가져올 일자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4일 신산업 규제혁신으로 오는 2022년까지 일자리 10만7000개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내놨다. 계획이 공수표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토부도, 국회도 확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