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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민연금 기금委, KIC 운영委가 모델

전문성 높이는 개편안 옳아.. 위원장 민간서 호선 어떤가

정부가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을 내놨다. 기금운용위를 상설기구로 바꾸고, 민간위원 자격요건을 새로 두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을 손질한다. 여론 수렴을 거쳐 이르면 내년 봄에 기금운용위 민간위원 구성을 새로 짜는 게 목표다.

복지부가 방향은 잘 잡았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 정책을 결정하는 최상위 의결기구다. 지금은 복지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을 합쳐 모두 20명이 있다. 그런데 민간위원은 노조.농협.중소기업.소비자단체 등 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인물을 위촉한다. 이를테면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현재 민간위원으로 활동한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위가 금융.투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크다"며 "정부는 기금운용위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실질적인 최고의결기구로 역할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금운용위 개편은 두 가지 이유에서 타당하다. 먼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 국민연금은 곤욕을 치렀다. 최상위 기구인 기금운용위도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제라도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손보는 게 당연하다. 수익률은 형편없이 낮아졌다. 올 들어 7월까지 수익률은 1.39%에 그쳤다. 지난 한 해 7.26%를 크게 밑돈다. 올해 새로 실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당초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고갈 시기를 늦추려면 보험료를 더 낼 수밖에 없다. 자연 그 어느 때보다 수익률이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이 벤치마킹할 모델이 있다. 바로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다. 국민연금에 기금운용위가 있다면 KIC엔 운영위원회가 있다. 한국투자공사법은 운영위 구성, 민간위원 자격, 위원장 선출 등을 자세히 규정한다. 예컨대 운영위 민간위원은 금융.투자 분야 연구경력 10년,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국제금융기구에서 투자업무 경력 10년,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로 기업에서 감사업무를 10년 이상 담당한 자 등으로 제한한다.


이왕 기금운용위 구조를 바꿀 거라면 민간위원은 물론 당연직 정부위원도 손보기 바란다. KIC 운영위는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 민간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정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가입자 단체를 대표하는 현 민간위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