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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규제 피해 해외로 떠나는 IT기업들

네이버 올해 해외투자 급증.. 혁신·투자 위해 규제 풀어야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다.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규제가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해외로 내몬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와 네이버의 해외투자액은 지난해의 9배 가까운 1조원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해외투자 확대 이유를 해외사업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사업에 대한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과 규제완화 속도가 너무 느려 사업환경이 좋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두 회사가 투자한 주요 해외기업을 보면 블록체인, 회원제 소셜커머스, 공유오피스 등 혁신사업 분야 업체들이다.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로 사업에 속도를 내기 힘든 분야이기도 하다.

4차산업 스타트업들도 규제의 벽에 막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블록체인과 한 생태계인 암호화폐 기업들은 벤처인증이 제외되는 등 국내에서는 술집, 도박장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승차공유 기업들도 기존 사업자들의 벽에 막혀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혁신성장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들 기업을 혁신기업으로 분류하고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관련산업 발전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위스 주크시나 북유럽의 에스토니아를 찾아 혁신성장 모델을 배우려는 이유다.

해외투자 급증은 IT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금액은 123억달러를 넘는다. 1년 전보다 74.4%나 급증했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20년 만에 최장기간 감소를 기록했다. 규제를 비롯해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강성 노조,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환경 악화가 기업들의 국내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규제개혁 리스트 가운데 겨우 인터넷전문은행법 하나만 통과됐다. 원격의료, 빅데이터 등 줄줄이 대기 중인 혁신분야의 규제완화는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기업들은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듯 정부와 국회만 쳐다볼 수 없다.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글로벌 영역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혁신성장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 IT 대기업 등이 설비투자나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할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 국내에서도 과감하게 신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