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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서민용 중금리 대출, 취지는 좋지만

금융사에 강요하면 한계..당국은 여건조성 힘쓰길

정부가 중금리 대출의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금융당국은 8일 은행 등 금융권의 지지부진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15∼20% 수준이던 금리를 10%포인트 정도 낮춰 공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평균 6%대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는다. 상호금융이나 카드사, 저축은행들은 최고 8%포인트에서 0.5%포인트까지 낮아진 중금리 상품을 선보인다.

중금리대출 금리조건을 업권별로 다르게 조절해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등급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용자인 서민 입장에서는 금리부담을 덜고 맞춤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혜택을 받는다. 금융당국의 결정 배경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중금리 대출을 적극 권장했지만 지난 2년간 금융권의 대출실적이 9000억원가량일 정도로 미미한 데 있다.

이유는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어서다. 은행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을 꺼린다. 은행은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비난을 받거나 대출고객도 줄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신용평가 노하우가 은행만 못하고, 심사기법도 떨어져 취급을 꺼려왔다.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 상승세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새희망홀씨 대출의 연체율은 올 들어 지난해 말보다 0.2%포인트, 미소금융도 0.7%포인트나 상승했다. 고금리 대출을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 가계 리스크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결정에 금융권은 관치금융 아니냐는 불만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고금리 기조로 조달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낮춰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금융권이 이익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달하고 100만명 넘는 실업자 등 서민경제의 위기 상황에서 나온 조치로 이해는 된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설득했어야 한다. 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금리가 오르기 전에 했어야 하는데 한박자 늦은 감도 있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도 내년부터 중금리 대출상품을 일제히 출시한다.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는 서민금융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우량 신용고객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인터넷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한계가 있다고 이유를 들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인터넷은행 규제완화가 이뤄졌다. 이제는 서민금융기관 역할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