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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혁신의 중요성 일깨운 노벨경제학상

로머 "기술이 성장 좌우" 우리 정부도 새겨들어야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8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미국의 폴 로머 교수(뉴욕대)와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예일대)를 뽑았다. 이 중 로머 교수(63)는 '내재적 성장 이론'으로 오래전부터 노벨상 후보로 꼽히던 인물이다. 혁신과 인적자본, 지식이 성장을 이끈다는 게 로머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각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로머 교수는 8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때 한국 취재진이 '소득주도성장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하자 "소득 향상이 더 많은 기술 습득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사례를 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을 시도한 싱가포르에서 뒤섞인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소득 증대보다 내재적 가치, 곧 기술혁신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로머의 견해는 몇 해 전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말한 '축적의 시간'과 맥을 같이한다. 공동으로 펴낸 이 책에서 교수들은 "우리(한국) 산업이 처한 핵심적인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 해법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것"을 제안했다. 경험과 지식이야말로 곧 한 나라의 성장을 좌우하는 내재적 가치다.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올해 한국 성장률을 당초 3%에서 2.8%로, 내년 성장률을 2.9%에서 2.6%로 낮췄다. 잠재성장률은 2020년대 2%대, 2030년대 1%대로 낮아질 걸로 본다. 경제가 성숙하면 성장률은 낮아진다. 그러나 최근 미국 사례에서 보듯 선진국 경제라고 죄다 저성장의 굴레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 뒤엔 미국의 눈부신 기술혁신이 있다.

로머 교수 등 내재적 성장론자들은 정부 정책을 중시한다. 혁신, 경쟁, 변화에 개방적인 정부가 성장에 이롭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도 혁신성장을 강조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기술과 신산업이 싹도 피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전엔 국회에서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관련법이 통과됐다. 내친 김에 문재인정부가 혁신성장에 더 속도를 내기 바란다.

사실 혁신이 성장을 이끈다는 학설은 오히려 진부하기조차 하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어떤 나라는 혁신에 문을 활짝 연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이 범주에 든다. 반면 어떤 나라는 혁신을 걷어찬다. 혁신을 두려워하는 기득권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금 한국은 과연 어느 쪽에 속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