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와 아바타


'나의 공지영 론(論)'을 쓰라. 기자 준비생 시절 받아든 한 언론사 필기시험 문제였다. 당시 공지영 작가는 광주 장애인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도가니', 쌍용차 노조 해고사건을 다룬 '의자놀이' 등 사회참여형 소설로 주목받았다. 10분 고민 후 문화·예술인의 현실 정치참여, 언론의 중립성을 주제로 써내려갔다.

먼저 '문화·예술인의 정치참여는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질문을 부정했다. 민주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정치에 참여하고 모든 행동은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심지어 시민의 행동하지 않음, 투표하지 않음 등도 정치적 행동이라는 논리였다. 이어 언론의 중립성도 허구, 즉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사건을 전하는 프레임에 의해 하나의 시각이 생기고, 기사 자체에 들어가는 팩트들도 기자의 신념, 혹은 의도에 의해 구성된다.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장한 경찰과 죽창을 든 농민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기의 방향, 혹은 카메라의 렌즈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팩트(기사)가 나온다.

문제는 그럼 기자의 시선(방향), 혹은 프레임이었다. 방송법을 인용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언론은 특정 사건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다루되 목소리가 작은 약자의 소리를 의도적으로 더 다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결론은 공지영에 대한 '긍정'이었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관찰자'이고 '전달자'이다. 의욕 충만하던 주니어 시절,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기만 하는 기자는 '아바타'에 불과한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관찰과 전달'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기자는 기사에 들어갈 목소리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때로는 들은 이야기를 쓰지 않기도 한다. 기자는 타인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아바타'가 맞지만 동시에 자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본인이 기꺼이 아바타가 돼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질문을 한다. 물론 과도한 '답정너'는 위험하다.

실제 '효용과 가치'보다 '심리와 기대감' 싸움인 부동산 시장도 비슷하다. 기사에 아바타들이 판친다. 기자들이 찾는 이른바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르고 흥해야 살맛 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사세요)가 95% 이상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바야흐로 국정감사 시즌이다. 흥미진진하게, 하지만 침착하고 냉정하게 아바타 전쟁을 감상하자. 참고로 서두에 언급한 회사는 필기 붙고, 다음 전형에서 떨어졌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