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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대책이 기껏 ‘두 달짜리 알바’인가

비정규직 제로 선언하고 꼼수로 눈가림 하겠다니

정부가 산하 공공기관을 동원해 두 달짜리 알바 일자리 늘리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모든 공공기관에 단기일자리 수요를 파악해 연말까지 채용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고용지표가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코레일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지침에 따라 각각 1000명과 900명을 체험용 인턴과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전세임대주택 물색 도우미'란 명목으로 170명을 뽑는다. 최대 5000명을 3개월 미만 단기계약직으로 뽑는 방안도 정부와 협의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도 계약직 500명을 뽑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도 농지은행 체험형 인턴 95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정부는 1년 전 모든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그랬던 정부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비정규직을 최대한 뽑으라고 하니 해당 공공기관들로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국가의 정책이 이런 식이면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민생을 책임진 정부로서는 고용이 안 좋은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오늘(12일) 발표되는 9월 고용실적은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지표가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고육책이라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정책의 일관성이나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며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던 정부가 기껏 두 달짜리 알바 자리 양산에 나선 것은 모순이자 자기부정이 아닌가.

두 달짜리 알바 일자리도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1주일에 한 시간 이상만 돈을 받고 일하면 고용통계에 취업자로 잡힌다. 그러나 고용부진을 해소하는 근원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고용시장의 자율적 질서를 해침으로써 고용량을 늘리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결국 국민에게 지표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처럼 포장하는 눈속임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왜 이런 꼼수까지 동원해야 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정책수단의 한계를 노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이 점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용과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 국회의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류를 인정하고 정책 변화를 위한 모색에 나서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