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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카카오 카풀, 소비자 선택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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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기득권의 충돌 정부·국회 훼방 말아야

출퇴근 시간대 카풀 서비스를 놓고 카카오와 택시 업계가 세게 붙었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16일 '카카오T 카풀 크루'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고 운전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에 맞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노조와 관련단체들은 18일 택시 운행중단을 결의했다. 같은 날 이들은 서울 광화문에 모여 카카오모빌리티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이해할 만하다. 말 그대로 생존권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소규모 스타트업들과 다르다. '카카오택시' 서비스에서 보듯 카카오가 움직이면 전 국민이 따라서 움직인다. 만일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카카오 카풀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택시는 설 자리가 좁아진다. 어떤 기득권층도 혁신 기술이 치고 들어올 때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는다.

문제는 장차 이 게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이냐다. 과연 택시 기사들이 우버를 몰아내듯 카카오 카풀을 몰아낼 수 있을까. 짧게는 성공할지 모른다. 국회와 국토교통부가 현행법을 들어 택시 기사 편에 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결국 승자는 카카오 카풀이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카풀 서비스를 원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기득권자들은 혁신 기술을 이기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붉은깃발법 이야기를 꺼냈다. 19세기에 영국 정부가 기존 마차업자를 보호하려 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어 차의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 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산업혁명 때 증기선이 나오자 뱃사공 길드가 증기선 엔진에 모래를 뿌린 일도 있었다. 이처럼 혁신에 재를 뿌리는 러다이트 운동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국회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붉은 깃발을 흔들려 한다. 국토교통부는 약 60년 전 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신줏단지인 양 받든다. 국회엔 출퇴근 시간대 유상 자가용 카풀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정부와 국회가 혁신에 앞장서기는커녕 되레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격이다.

이래선 혁신성장이 어렵다. 카카오 카풀은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지금은 정부가 신기술을 막을 때가 아니라 부작용 완화대책을 세울 때다. 택시업계 역시 차를 세우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곰곰 생각해보기 바란다.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가 살아남을지는 결국 소비자가 선택한다. 택시 운행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그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