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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정상, 미국의 대중 경제압박 동참

아셈정상, 미국의 대중 경제압박 동참
브뤼셀 AP=연합.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 참석 중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아셈·ASEM)가 중국의 일대일로 견제와 국영기업을 통한 국가 자본주의 관행에 대한 제동을 걸기로 합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리펑 중국 총리도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국제기준을 준수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성명에 동의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셈회의에서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정상들과 노르웨이, 스위스, 중국을 포함한 21개 아시아 국가들은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시장원리와 국제기준이 적용되도록 노력 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상회의 성명은 "정상들은 자금조달 메커니즘의 투명성, 공평성, 혁신성을 증진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이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성명의 목표물은 중국의 이른바 신 실크로드 계획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였다고 WSJ은 전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최대 1조달러가 투입되는 일대일로 계획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주변국들의 돈으로 중국이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국 기업을 배불리게 하는 작업이라고 지적해왔다.

아셈 정상들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억제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는 점도 암묵적으로 나타냈다. 특히 EU, 일본 등 중국과 지역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 동맹들은 중국이 중국 자금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개발 계획에서 폐쇄적인 방법을 통해 중국 사업자들에 사업을 몰아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비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미 동맹들이 큰 불만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 역시 달갑지 않고, 뭔자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미국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동맹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더 힘을 받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은 관세 카드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대외원조 확대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새 협정에서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캐나다와 멕시코가 '비시장' 국가들과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수 없도록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계획은 미국 등의 견제와는 별개로 최근 잇단 장애물들을 마주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된 말레이시아가 220억달러짜리 일대일로 계획을 중단했고, 스리랑카는 일대일로와 관련해 중국에서 빌린 10억달러가 넘는 차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리랑카는 채무변제 대신 최근 중국 국영기업에 스리랑카 항만을 99년동안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압박에 이어 EU도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EU는 서구식 입찰과 금융관행을 도입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2014~2020년 지원자금을 80억달러 이상을 확대하고, 2021~2027년 기간에는 690억달러를 추가하기로 했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일부 국가들이 마음을 돌리거나 중국의 우대차관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면서 "더 많은 나라들이 이같은 대열에 합류해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