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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카슈끄지 피살 해명에 국제사회 반발, 진상규명 촉구

사우디의 카슈끄지 피살 해명에 국제사회 반발, 진상규명 촉구
투란 키슬락시 터키-아랍미디어 연맹 회장(가운데)이 20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 앞에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세력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연설문을 읽고 있다.EPA연합뉴스
세계 각국 정상들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발표에 일제히 비난 서명을 내고 사우디 정부의 진지한 의혹 해명을 촉구했다.

지난 2일 카슈끄지 실종 이후 줄곧 사우디를 옹호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날 사우디가 카슈끄지 피살을 인정한 점에 대해 "대단한 첫 걸음"이라면서도 "나는 우리가 답을 찾기 전까지는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카슈끄지의 시신이 어디 있는 지 아는 사람이 없고 트럼프 정부 내에도 터키 정부가 주장한 살해 정황 기록물을 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사우디의 행위를 강력히 비판하며 사우디 정부에게 카슈끄지 피살을 둘러싼 정황과 배경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나온 공식적인 설명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대표도 성명을 내고 "철저하고 신뢰할 만한 투명한 조사가 계속되어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앞서 살아서 영사관을 나섰다고 해 놓고 죽었다고 말을 뒤집었다"며 "사우디가 아직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정부도 사우디의 발표에 불만을 표하며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이 발생한 터키의 오메르셀릭 정의개발당(여당) 대변인은 "터키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낼 것이다"라며 독립적인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의개발당의 누만 쿠르툴무시 부대표는 "사우디 정부는 책임이 확인되면 범죄로부터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 검찰은 20일 발표에서 사우디 출신의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가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몸싸움 끝에 살해됐으며 용의자 18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실종 이후 책임을 부인하던 사우디 왕실도 이날 정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과 고위관료 5명을 경질했다. 이에 미 언론들은 터키 정부가 주장한 15명의 사우디 암살단을 감안하면 빈 살만 왕세자가 이 사건을 모를 리 없었다며 사우디 정부가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무기 판매와 이란 견제를 위해 사우디를 감싸던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 제재 가능성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사우디가 1100억달러(약 124조원) 상당의 미국 무기를 구매한다며 "그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다. 그런 주문을 취소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재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