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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한미재무학회) 지상 좌담회 "한은 금리인상 불가피… 외국자본 이탈 없게 속도조절해야"

한·미 금리차 확대, 美 내년말까지 금리 올릴 듯..韓이 금리 더 낮은건 비정상
급격한 금리인상 기업 부담, 융통성 있는 통화정책 필요
보호무역 세계경제에 부정적..글로벌 경제위기 올 가능성
트럼프 감세정책 호황 도움..장기적으론 부정적일 수도

KAFA(한미재무학회) 지상 좌담회 "한은 금리인상 불가피… 외국자본 이탈 없게 속도조절해야"

KAFA(한미재무학회) 지상 좌담회 "한은 금리인상 불가피… 외국자본 이탈 없게 속도조절해야"


미국에서 기준금리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한국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한·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금유출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국내 거시적 경제지표를 고려했을 때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미재무학회(KAFA) 소속 노준기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 조호제 샌타클래라대 교수, 최종무 템플대 교수, 허산욱 뉴욕주립대 교수에게 대응책과 향후 국내외 전망에 대해 물었다.

―미국 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비결은 무엇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은 어떤 역할을 했나.

▲노준기 교수=특정한 비결 하나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역시 도움이 됐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에서도 아직 이견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조호제 교수=실리콘밸리의 혁신과 벤처캐피털(VC) 및 사모펀드(PE)의 과감한 투자가 미국의 경기호황을 견인하고 있다. 트럼프의 감세정책도 기업 투자와 미국 경기호황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종무 교수=기본적으로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경기회복의 연장선이다. 10년 전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취한 확대재정 통화정책과 금융개혁의 약효가 지속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경기부양보다 고소득층과 기업 소득세 감축에 집중됐지만 투자촉진의 부가효과도 있었다. 광범위하게 진행된 기업규제 완화도 도움이 되고 있다.

▲허산욱 교수=미국 경기호황은 소비 수요 및 기업 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1조5000억달러에 해당하는 감세정책은 소비자의 수요 및 기업 투자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냐가 이후의 중요한 관심사다. 현재 식료품 수출이나 주택시장 경기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는데 중국과 무역분쟁이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부정적 효과가 시차를 두고 성장률에 반영될 것이다.

―한·미 금리차가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

▲노 교수=외국인 투자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거시경제 여건들을 보면 결정이 쉽지 않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의지가 확실한 만큼 한국은행도 결국은 금리를 올리긴 해야 할 것이다. 속도조절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 교수=한국은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금리를 인상한다면 기업의 투자가 늘기 어렵고, 경기불황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외국자본 유출이 예견되기 때문에 어느 중간 지점의 매우 점진적이고 느린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 교수=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최소한 2019년 말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필수적이다. 개도국 위기 확산 가능성도 있지만 국가 리스크 면에서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것은 정상이 아니다. 금리인상 시 예견되는 가계부채 등의 문제는 저금리 유지보다는 따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석이다.

▲허 교수=금리차가 너무 커질 경우 외국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격한 금리인상은 기업과 소비자의 금리부담을 증가시키므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융통성 있는 금융통화정책이 요구된다.

―전 세계에 전방위적 압박을 넣고 있는 '트럼프식 통상전략'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조 교수=지금은 미국 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트럼프식 통상전략이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길게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와 같은 큰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노 교수=무역전쟁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식 통상전략이 다른 나라에도 확대된다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은 명확해 보인다.

▲최 교수=압박과 대응을 반복하는 무역전쟁의 '치킨게임'은 끝까지 가느냐, 중도에 타협하느냐에 달려있다. 전자의 경우 영향은 지대할 것이나, 후자로 간다면 비교적 사소할 것으로 본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예전의 활력을 되찾을 방안은.

▲최 교수=정책 입안의 근본방향을 바꾸라고 말하고 싶다. 경제성장은 소득이나 수요보다 공급능력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규제완화와 기업 의욕증진을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가 중요하고,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술혁신을 통한 노동과 자본의 총생산성 향상이 긴요하다. 국내외 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한국의 국제경쟁력 증대를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와 투명성이 필요하다.

▲허 교수=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하고 시장 기능을 중시해야 한다.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만 정부가 개입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거래에서 우선 법과 제도를 명료하게 정비한 후 불공정한 거래가 있을 경우 강력 처벌해야 한다. 그 외에는 정치논리나 반기업적 정서를 조성해서는 안된다. 또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 해결방안을 찾아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