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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유럽순방 결산]교황 방북 이끌어내 '비핵화 진전' 강력한 카드 얻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탄력, 유럽정상과 제재 완화 논의
北엔 비핵화 촉구 메시지 정상국가 비전 제시하기도

[文대통령 유럽순방 결산]교황 방북 이끌어내 '비핵화 진전' 강력한 카드 얻었다
덴마크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 대니시 라디오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및 내빈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P4G는 정부, 국제기구, 기업,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발전 관련 협력사업을 적극 발굴·지원하고 관련 지식 및 성과를 공유·확산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출범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그 일부가 베일을 벗었다.

문 대통령은 21일로 마무리된 유럽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과감하면서도 입체적인 구상을 선보였다. 유럽사회의 북한에 대한 불신 해소→유엔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북·미 2차 회담에서 비핵화 프로세스 합의→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 이행과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유엔의 제재완화→교황의 방북으로 북·미 합의 구속과 북한의 정상국가화→한반도 평화구축으로 요약된다.

■文, '유럽에 제재완화-北엔 이행촉구' 동시타전

지난달 20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서울로 귀환한 문 대통령은 10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박3일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그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김 위원장과의 '비공개 협의사항'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꼬리를 문 질문에도 일체 함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할, 중재안이었다. 약 한 달 만인 이번 7박9일간의 유럽 순방에서 그 중재안 일부가 윤곽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유엔 제재 완화의 반대급부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 즉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를 협의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로 그다음 스텝이 이번 유럽 순방 중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유럽의 강국 독일 정상을 만나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들의 공개적인 반응은 신통치는 않았으나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제재 완화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엔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열린 양국 공동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과 양국 언론을 향해 "비핵화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언급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좀 더 행동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의 반응은 평소라면 '외교참사'에 가까운 결과였지만 청와대는 되레 느긋했다. 심지어 정상회담 사후 브리핑을 통해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의 3대 강국이 북한에 대해 갖는 깊은 불신,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처한 현주소를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기까지 했다. 김 위원장을 향해 비핵화 조치에 한발 더 나서야 한다는 간접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 '후견인'이자 '보증인' 최대 성과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얻은 최대 성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자신의 '후견인'으로 세우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라"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힘을 실어줬다. 그의 방북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덜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강력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북·미 협상의 보증인이 되는 셈이다.

이번 순방 시작점인 지난 15일 프랑스 보수성향의 유력일간지 르피가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중도 좌파인 문 대통령이 외줄을 타는 셈"이라며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로맨스가 갑자기 깨질 경우, 문 대통령이 희생양으로 지목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의 '외줄타기'에 교황이 동참한 것이다. 트럼프나 김정은 입장에서 볼 때 협상의 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한에 '정상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번 순방의 마지막 일정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된 북한이 다른 아시아국가들과 함께 누릴 녹색성장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언급했다. 일례로 평양 대동강 수질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서울·평양 간 지자체 협력을 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목적은 경제적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에 있어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는 단계가 되면 북한의 녹색성장을 돕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에 대한 프로세스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등의 타임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종전선언과 유엔 제재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이번 순방의 마지막 멘트로 날린 것이다. 이로써 공은 다시 북·미로 넘어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