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수년 전 국내 대학 초청강연에서 "농업이 진정한 미래산업"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MBA 대신 농업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강연에서도 "금융의 시대는 끝났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농부가 돼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농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농산물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
2019-12-23 17:13:47물가가 오르면 다행이라고 말하는 시대가 됐다. 11월 소비자물가가 그렇다. 통계청은 지난주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0.2% 올랐다고 발표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0.2%는 사실상 올랐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미미한 수치다. 그럼에도 다행이란 말이 나온다. 이전 3개월간(8~10월) 마이너스권(-0.4~0%)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1970~1..
2019-12-09 17:48:18한국의 인구시계에서 중요한 변곡점 두 개를 꼽는다면 2018년과 2028년이다. 2018년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줄기 시작한 해다. 2028년은 통계청이 총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해다. 이에 해당하는 일본의 인구변곡점은 1995년과 2010년이었다. 일본은 1995년에 생산인구가, 2010년에는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1995~2010년 사이에 일본 경제가..
2019-11-25 17:44:17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청보다는 청와대가 적성에 맞는 듯하다. 그는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작 그런 열성이 보탬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는 통계청장이고, 그 자리는 그렇게 일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강 청장은 지난달 비정규직이 1년 만에 86만명이나 늘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증가폭이 전년도(3만6000명)의 24배..
2019-11-11 17:11:00더불어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건의 2019년 경제 종합성적표를 받는다. 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이다. 둘 다 전망이 어둡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말 전년도(2018년) 경제성장률이 2.7%라고 발표했다. 국민적 기대치인 3% 성장을 달성하지 못해서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
2019-10-28 17:16:53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한다.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아베 신조 총리도 만날 계획이다. 한·일 양국의 갈등을 푸는 실마리가 마련될 것인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다. 그래서 일본통으로 꼽히는 이 총리의 방일이 막힌 대화채널을 뚫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2019-10-14 17:35:06지율 스님이 2004년 10월 네 번째 단식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100일 단식이었다. 요구사항은 천성산 터널공사를 백지화하라는 것이었다. 경남 양산시 천성산에는 22개의 늪이 있는데 여기에 도롱뇽이 살고 있다. 정부가 이 산에 13.3㎞ 길이의 터널을 뚫는 공사를 시작했다. 대구와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의 일부였다. 스님은 터널을 뚫으면 산 위에 ..
2019-09-30 17:24:40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미국 뉴욕시립대)가 한국 경제의 디플레 위험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KSP(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컨퍼런스'에서다. 그 내용이 좀 이례적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기조발제와 기자회견을 통해 "디플레가 한국 경제에 들러붙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qu..
2019-09-16 17:35:44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변화의 패턴이 강하고 지속적이다. 베트남과 중국, 대만 등이 예상치 못한 특수를 만났다.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이들의 경쟁이 뜨겁다. 지금이 우리에게도 절호의 기회다. 탈일본하는 관광객을 국내로 U턴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신용카드 기업 마스터카드는 매년 외국인 여행..
2019-09-02 17:29:0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3년 8월 13일 야마구치현에 있는 요시다 쇼인의 묘를 참배했다. 일본 근대사에서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19세기 정한론(征韓論)의 창시자다. 정한론은 일본이 생존하려면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요시다 쇼인은 이토 히로부미(초대 조선통감)와 데라우치 마사타케(초대 조선총독), 미우라 고로(명성황후 살해범)..
2019-08-19 17:20:4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전쟁을 언제까지 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 관세폭탄을 무기로 내세워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주적은 중국이었지만 한국도 사정권에 두었다. 한국은 재빨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해서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쪽을 선택했다. 이후 두 나라는 1년반 가까이 무역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
2019-08-05 17:08:35오래 전에 집에 백색전화가 있었다. 번호를 개인이 소유하는 전화였다. 멀리 이사를 가거나 전화가 필요없게 되면 번호를 팔 수 있었다. 반면 팔 수 없는 전화도 있었는데 청색전화로 불렸다. 번호가 전화국 소유여서 이사를 가게 되면 전화국에 번호를 반납해야 했다. 1980년대 초반 얘기다.당시 국내에는 전화 교환기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 교환기를 수입해다 썼는..
2019-07-22 17:04:02한 달여 전만 해도 정부와 한은의 경제전망은 낙관론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은에서 1·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과의 대담에서 "올 하반기에 성장률이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했..
2019-07-08 17:08:37청와대가 지난 주말 경제라인을 교체했다. 이 인사는 수긍이 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도 져야 한다'는 원칙에서 보면 머리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그럼 부총리는 뭐지?'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고개를 젓게 된다. 부총리는 실권이 없어서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2019-06-24 16:56:46문재인 대통령이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참으로 의아했다. 대통령은 무얼 보고 저런 말을 할까. 실망을 넘어 울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취업길이 막혀 알바로 떠돌아다니는 청년 실업자들, 최저임금 때문에 해직된 저소득 근로자들, 인건비가 올라 적자폭이 더 커진 자영..
2019-06-10 17:10:55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 '임금격차가 줄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주 열린 최저임금 토론회에서다.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더니 고임금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줄었다는 내용이다. 고용부는 아까운 세금 써가며 왜 이런 통계를 발표할까. 통계의 내용은 이렇다. 임금5분위배율이 지난해 4.67로 대폭 낮아졌다. 임금5분위배율은 ..
2019-05-27 17:40:22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달 초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중국 방문을 추진했다. 중국은 우리 국회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한마디로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국회가 외교망신을 자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TV로 보도되는 위성사진들을 보면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건너오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중국에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2019-04-29 17:02:44'진보는 경제에 무능하다'는 프레임이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올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부진' 판정을 내렸다. KDI는 전통적으로 민간기관들에 비해 정부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해온 국책연구기관이다. 그런 KDI가 경기부진 판정을 내린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메르..
2019-04-15 17:08:00경기도가 이달부터 도내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씩 나눠준다. 분기마다 한 번씩 나눠주는데 첫 회분 25만원이 이달에 지급된다. 만 24세로 도내에서 3년 이상 거주한 17만5000명이 대상이다. 예산은 올해 1753억원이 투입되며, 향후 4년간 총 6866억원이 들어간다.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학비 마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극..
2019-04-01 16:56:06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미래 기대수명에 관한 공동연구를 했다. 그 결과가 놀랍다. 한국이 2030년에 가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남녀를 통틀어 기대수명이 90..
2019-03-18 17:11:55올 초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문에는 최저임금이란 단어가 딱 한번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대목이다. 문정부의 경제정책(J노믹스)에서 최저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례적이었다. 최저임금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이 긍정론에서 부정적 관점으로 바뀐 첫 사례였다. 1년 전으로 ..
2019-03-04 17:15:29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다음 달 북한 방문을 추진한다. 시기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여서 주목된다. 로저스 회장은 서방세계의 대표적 모험자본가로 거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큰손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을 자주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북한 얘기를 했다. 그..
2019-02-18 17:31:42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하던 날(8일) 나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날 은행에 볼 일이 없기도 했지만 설혹 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이 은행과 장기간 거래해온 고객이다. 그러나 내가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는 경우는 1년에 두세 번 정도다. 투자상담을 할 때 빼고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한다.다른 사람들도 별로 ..
2019-01-21 17:20:21서울 성동구 S아파트는 지난해 초 경비원과 미화원 16명의 월급을 10만~25만원 올렸다. 그 대신 정부로부터 일자리안정자금을 1인당 13만원씩 지원받았다. 그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메울 수 있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영세 사업주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다.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세금으로 대신 내주는 셈이다. 정..
2019-01-07 16:54:38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까지 추락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에는 무능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이 문제라고 말한다. 탈원전은 '원전비중 단계적 축소'로 바꿔도 별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소득주도성장 얘기는 될수록 꺼내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회초리 들고 있는데 종아리를 갖..
2018-12-24 17:00:43광주광역시와 현대차는 지난 6일 광주형 일자리 사업 계약을 맺을 계획이었다. 임금을 절반으로 내리는 조건으로 연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공장이 지어지면 청년실업자 1만명(협력업체 포함)이 일자리를 갖게 된다. 지난 6개월 동안 엎치락뒤치락 지난한 협상을 거듭한 끝에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지역 노동계가 거부하고 나섰다..
2018-12-10 17:09:14문재인정부가 민주노총과 갈라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들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출범했지만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총파업을 벌였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답했다. 양측은 감정적인 언사를 쏟..
2018-11-26 16:50:1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문정부의 두 번째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는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죽은 돌을 되살리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묘수를 찾으려면 어디에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2018-11-12 17:13:51금리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취하고 있는 입장은 통화신용정책사에 이변으로 기록될 만하다. 정부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주기를 바라는 것이 상례다. 적어도 올리지는 않도록 입김을 불어넣는다. 역대 정부나 외국 정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연준이 미쳤다"고 했다. 연준(Fed)이 올 들어 세 번씩이..
2018-10-29 16:57:17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 되는 날(지난해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갔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내에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첫 방문지를 인천공항공사로 잡은 것이나, 첫 외부일정의 주제를 비정규직 문제로 선정한 것 모두 예상 밖의 일이었다. 정권의 사활을 걸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
2018-10-15 17:06:12무쇠를 다루는 기술이 한반도에 유입된 것은 BC 4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구리는 섭씨 1084도에서 녹지만 쇠를 녹이려면 1530도의 고온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먼저 받아들인 철기인들은 청동기인들과 각축전을 벌였다. 철검과 청동검이 맞부딪치면 청동검이 두동강이 났다. 철기인들은 주변의 부족들을 하나둘 정복했다. 400여년간 지속된 철기와 청동기의 대결은 한..
2018-10-01 17:28:44종부세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정부가 또 종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주 최고세율을 2%에서 3.2%로 올리고,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9·13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여야의 평가와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대체로 ..
2018-09-17 16:32:32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재임 중 보건사회연구원 등에 통계청의 1·4분기 가계소득 통계를 반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게 했다. 이것이 정책 실패(소득분배 악화)의 책임을 통계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그 결과 통계오류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했다. 국가통계기관이 발표한 공식통계의 재검증을 통계 비전문기관에 의뢰한 것은 중대한 실..
2018-09-03 16:57:20결국 고용재난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5000명으로 줄었다. 우리 경제가 1% 성장하면 일자리가 10만개 정도 생긴다. 올해 예상 성장률이 2.9%이므로 대략 29만개의 일자리가 생겨야 정상이다. 나머지 28만5000개의 일자리는 어디로 갔을까. 김동연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하던 날 청와대는 심기가 불편했던 것 같다. 삼성전자는 당초 김 부..
2018-08-20 17:15:32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나섰다. 극심한 불경기는 아랑곳없이 치솟는 최저임금을 견딜 재간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생존권 운동 연대'라는 조직도 만들었다. 오는 29일에는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도 벌일 계획이다. 생존권, 불복종, 총궐기 등의 언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살벌하다. 시위가 과격해져 인명사고와 같은 불상사가 되..
2018-08-06 16:42:54지금 여권에서 경제와 관련해 가장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을 꼽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올 들어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고, 빈부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가난한 사람들도 형편이 나아져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나 집권 1년을 훌쩍 넘긴 요즘 나타나고 있는 결과는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핵심 가..
2018-07-23 17:14:10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정책 주도권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주 청와대 재정개혁특위가 정부에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김 부총리는 "좀 더 검토해야 한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예전 같으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을 법도 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는 종부세 강화와 함께 대선 공약이자 문재인정부 부자증세 리스트 상단에 올라 있는..
2018-07-09 17:16:286·13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정치인들이 많이 놀란 것 같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두렵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임자를 만났다. 국민은 자신들이 주인이고 정치인은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타산만 앞세운 정치를 해온 정치인들에게 몹시 화가..
2018-06-25 17:02:21"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작은아이 깨워 이모님 댁에 맡기고, 큰아이 깨워 씻기고 아침 먹여 어린이집 보내고, 나 출근해 하루 종일 일하다 퇴근하고, 둘째 데려오고, 큰아이 받고, 헐레벌떡 세수하고, 대충 집 치우고, 설거지하고, 아이들 재우고…. 상갓집 간 남편은 오늘도 밤늦도록 전화 한 통 없네." 어느 30대 직장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2018-06-20 17:08:40문재인정부 경제팀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다. 하나는 J노믹스가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소득주도성장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J노믹스의 안착을 위해 실험을 멈추고 혁신성장에 주력하는 것이다.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하반기에 우리 경제는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고용 쪽이 ..
2018-05-28 17:16:39정부는 쌀을 돼지와 닭에게 먹이고 있다. 2016년 처음으로 9만9000t을 사료공장에 공급했다. 지난해엔 공급량을 52만t으로 늘렸다. 농민들에게서 8119억원에 사들여 사료공장에는 1082억원을 받고 팔았다. 그 쌀을 사람이 먹지 않도록 감시했다. 사람이 쌀을 먹으면 부정유통이라며 단속했다. 농민들이 땀 흘려 농사지을 때 자기 논에서 생산된 쌀을 돼지와 닭이 먹게 ..
2018-05-14 17:18:17동중국해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의 다툼이 치열하던 2010년. 일본이 열도 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부들을 잡아갔다. 중국은 즉각 공군기와 군함을 급파했다. 일본도 대응 무력을 전개해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달았다. 이때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에 미사일을 쏘아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고작 희토류 수출 중..
2018-04-30 17:03:18헌법재판소가 2008년에 내린 종합부동산세 일부위헌 판결의 내용을 다시 찾아봤다. 문재인정부가 종부세 카드를 들고 나와서다. 이 시점에서 그 내용을 음미해보는 것은 의미가 깊다. 당시 헌재의 심판에 부쳐진 내용은 미실현이익 과세, 이중과세, 세대별 합산 과세, 1주택 장기보유자 과세 등 네 가지였다. 헌재는 이 가운데 두 가지가 헌법에 저촉된다고 봤다. 세대..
2018-04-16 17:01:59당사자들에게는 축복이지만 나라엔 재앙인 것이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다. 두 연금의 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두 곳을 합쳐 지난해 말 현재 845조원이다. 지난 2년 동안 무려 185조원이나 불어났다. 증가율(28%)이 같은 기간의 가계부채 증가율(20%)보다 훨씬 높다. 문재인정부가 공무원 수를 계속 늘릴 계획이어서 앞으로 증가속도가 더 빨라질 ..
2018-04-02 16:37:50"임원추천제가 있어서 그×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한 뒤 나머지 자리를 놓고 백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경쟁했다고 하네요." "아∼ 그랬으니까 그토록 열공한 내가 떨어진 거구나." "나쁜 생각이지만 나도 임원 한 사람만 알았다면 붙었을 텐데." "아니, 이렇게 불공정한 은행이라면 차라리 떨어진게 나아." 최흥식 금융..
2018-03-19 16:59:01보유세 인상 논쟁이 다시 뜨겁다. 청와대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재정개혁 특위를 만들어 상반기 중에 인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상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종부세를 지금보다 무겁게 물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두 가지 목표가 뒤섞여 있다. 하나는 주택보유 형평성을 높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투기를 잡자는 것이다. 전자는 집을 여러 채 가..
2018-03-05 17:14:52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대선 때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다. 지난 10년간(2005~2015년)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직접투자를 통해 국내외에 만든 일자리 수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국내기업들이 이 기간에 해외로 나가 만든 일자리는 110만개가 늘었다. 반면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 만든 일자리는 7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투자유..
2018-02-19 17:01:54"간단하게만 얘기하세요. 지금 바빠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최저임금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민정 파악에 나섰다. 그런데 하필 김밥집을 찾았다. 너도나도 김밥집을 내면서 출혈 경쟁으로 몇 년째 지독한 불황 속에 빠져 있는 업종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현장 상인들로부터는 환대받지 못했다. 쌀쌀맞게 쏘아대는 김밥..
2018-02-05 17:19:59"부동산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와요. 그때마다 집값이 1000만~2000만원씩 뛰네요. 저는 요즘 가만히 앉아서 일주일에 1억원씩 벌고 있어요." 지난해 말 만난 어느 후배의 얘기다. 그는 재건축이 성사되면서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강남의 어느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부유층 학부모들이 강남 8학군으로..
2018-01-22 16:55:02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공통점은 무얼까. 주요 선진국이라고 답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밋밋하다. 이들은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다. 줄여서 '5030'으로 불린다. 현재 지구상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가 27개국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구가 5000만명에 미달한다. 캐나다..
2018-01-08 17:06:01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날(5월 10일) 처음 한 일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후 7개월이 흐르는 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총력전을 폈다. 다행히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은 한마디로 참담하..
2017-12-25 17:03:16①감산이 필요할 때 증산보조금을 준다. ②감산이 필요한데 증산보조금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면 증산보조금부터 줄인다. ③증산보조금과 감산보조금을 동시에 준다. 쌀정책 얘기다. 현재 정부의 쌀정책은 ①번에 해당한다. 그 결과로 매년 막대한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 정책을 수정하기로 했다. 대안은 ②번과 ③번이 있다. 둘 중 ②번을 선택하..
2017-12-11 17:02:10박근혜정부 때 고통스러웠던 3가지가 있었다. 세금, 경제성장률 그리고 쌀이다. 박근혜정부는 세금이 잘 안 걷혀 쪼들리는 살림을 살았다. 여기저기 손 벌리는 곳이 많았지만 지원해줄 형편이 못됐다. 성장률도 2%대로 주저앉았다. 친기업 정책을 펴며 전력투구했지만 시장이 응답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쌀은 물정 모르고 매년 풍년이 들어 상황을 더 꼬이게 했다. 문재..
2017-11-27 17:07:32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주 동아시아 순방은 미국과 한.중.일 등 4국 간의 역학관계를 잘 보여주었다. 한.중.일 3국 정상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치열한 구애경쟁을 벌였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대통령을 한 발짝이라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그가 구사한다는 미치광이 전략의 직격탄을 얻어맞지 않으려고 전력투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경쟁에서..
2017-11-13 17:08:42올 3.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4%로 뛰어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6%를 기록했다. 예상을 넘는 성장세 회복이 한국은행의 금리 신호등을 인상 쪽으로 바꿔 놓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금리는 이미 오름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한달 사..
2017-10-30 17:08:24젊을 때 일하고 노년에는 쉬는 게 정상적인 삶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젊어서 놀고 늙어서 일하는 나라로 변하고 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양상은 삶의 행복도를 낮춘다.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인적자본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흥미로운 통계를 내놓았다. 젊은 층과 노년층의 경제활..
2017-10-16 17:00:53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대책 발표가 잦아졌다. 출범 후 넉달 동안 세 번의 대책을 내놓았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했다. 주머니 속에는 분양가 상한제, 전월세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재산.종부세 강화 등의 대책이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차하면 이런 대책들..
2017-09-25 17:06:09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후보자 신분이었을 때의 일이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는 '사람중심 투자' '공정경제'와 함께 '혁신성장'을 J노믹스의 3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유승민 의원(바른정당)이 "J노믹스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인데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려면 혁신성..
2017-09-11 17:30:04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무디스가 지난달 한국에 쓴소리를 했다. "앞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끌어내릴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구조개혁 후퇴"라고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으로는 재정악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a2'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등급전망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왜 이런 쓴소리..
2017-08-28 17:14:52광주교대 학생들이 지난 4일 광주광역시 교육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내년 졸업 예정자가 300명이 넘는데 임용고시에서 5명만 뽑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290여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졸업하고 한 해를 기다려 임용고시에 다시 도전하거나, 아니면 공립 초등학교 교사의 길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내년에 재도전하더라도 선발 인원이 올해보다 늘어..
2017-08-14 16:51:00김동연 경제부총리 흔들기가 시작된 것일까.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역경이 시작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방안을 놓고 권력 내부의 핵심세력과 갈등을 빚고 있다. 김 부총리는 "올해 세제개편에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선언했다. 증세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그 시기는 내년 이후로 늦춰도 된다는 입장이..
2017-07-31 17:25:17문재인정부는 재복이 있다. 돈을 함부로 펑펑 쓰지만 않는다면 재임기간에 돈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은 178조원으로 연평균 35조6000억원이다. 어느 정부나 공약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기존 재원을 아껴 여윳돈을 만들어내거나(재정개혁), 아니면 세금을 더 걷는 것(세입개혁)이다. 문재인정부는 당초 재정개혁으..
2017-07-17 17:07:25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 전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기자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등이 이 총재의 그간 소신과 다르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다. 이 총재가 이끄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J노믹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대답은 예스다. 나..
2017-07-03 17:15:28정부가 지난달 국영무역을 통해 미국산 밥쌀 2만5000t을 들여오기로 했다. 여기에 농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은 그러잖아도 쌀값 폭락으로 울상이다. 그런데 농민 편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문재인정부마저 미국산 밥쌀을 수입하겠다니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산지 쌀값은 2013년만 해도 80㎏당 17만원대를 유지했다. 요즘에는 12만7000원 선까지 ..
2017-06-21 17:09:01참여정부에서 만든 한 권의 보고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목이 '비전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이다. 2005년 기획예산처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었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였던 김동연 당시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은 문재인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발탁됐다. 그 밑에서 실무를 도왔던 고형권 당시 정책기획팀장도 기재부 1차관에 임명됐다. 참여정부 '비..
2017-06-05 17:13:44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문재인정부의 첫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것은 의외다. 그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경제멘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지금까지 한 인사를 보니 이 정부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함께 인사 발표가 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보수정권 사람이고,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도 반기문 ..
2017-05-24 16:58:23내일(5월 10일) 제19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대통령이 될 것 같다. 첫째는 준비기간 없이 바로 국정운영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둘째는 파면 당한 박근혜정부의 내각과 상당 기간 동거해야 한다. 셋째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원내 의석점유율이 40%를 못 넘는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120석에 불과하다..
2017-05-08 17:00:49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며칠 전 중의원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피란민이 유입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는 "일본이 보호해야 할 사람인지를 스크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인 피란민을 선별수용하겠다는 말이다. 두 마디의 짧은 대화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운 일본인의 계획..
2017-04-24 17:21:14바둑은 일수불퇴가 원칙이라지만 나는 우리 선거판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감당 못할 공약이라면 무르는 것이 백번 낫다는 뜻이다. 다급한 마음에 앞뒤 재지 않고 쏟아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들은 선거에 이겨도 정권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민주화 이..
2017-04-10 17:10:04정부가 젊은이들에게 결혼하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한다. 혼인세액공제 얘기다. 오죽 다급했으면 이런 정책까지 내놓았을까.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정부의 입장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뒷맛이 영 씁쓸하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1996년만 해도 43만쌍이 결혼하고 69만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지난해에는 결혼이 28만건, 출생아수는 40만명에 불과했다. 20년 사이에..
2017-03-27 17:18:47파면당해 청와대를 떠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번에는 성공하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 대통령 선거일이 불과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유례가 드문 벼락치기 선거다. 당내 경선을 포함해 6개월이 걸리는 과정을 두 달 안에 속성으로 마쳐야 한다.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각 후보들의 공약 개발과 집권..
2017-03-13 17:18:01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황교안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면 부총리가 책임을 지게 되는데 직함이 어떻게 되느냐." 유 부총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됩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길고 해괴한 직함이 국정위기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유일호 대통령 권..
2017-02-27 17:24:58습관적으로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세상의 관심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기 때문이다. 요즘 일각에서 제기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느 민간경제연구원이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유가 인상 등으로 저성장-저물가 ..
2017-02-13 17:04:58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오는 2020년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대에는 평균 4%대의 비교적 건실한 성장을 지속했다. 이것이 2010년대 전반에 3%대로 낮아졌고, 후반에는 다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가 이어져 2020년대에는 1%대의 저성장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
2017-01-30 16:04:05올해 우리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20년 전의 외환위기에 비유될 만큼 어려운 시기가 닥쳤는데 위기 돌파의 선두에 서야 할 대통령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다. 정부 내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경제를 책임진 사람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어떻게든 위기를 돌파해내겠다는 결기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엉거..
2017-01-16 17:07:56며칠 전 어느 종편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잠수함과의 충돌 의혹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잠수함이 자기보다 몇 배나 큰 세월호와 충돌했다면, 그래서 그 충격으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면 필시 잠수함도 박살이 났을 것이다. 부서진 잠수함 얘기는 왜 안 나오는가.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는 건가. 감춰야 할 실익은 무엇인가. 의문이 꼬리를 문다. 그런데 도..
2017-01-02 16:45:19인생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신세대들 사이에 통용된 지는 벌써 오래 됐다. 요즘에는 기성세대들도 신세대의 결혼관을 따라 가는 듯하다. 50대 이후에 이혼이 급증하는 걸 보면 그렇다. 지난해 결혼 5년 미만인 신혼부부보다 20년 이상인 중년부부 이혼이 더 많았다. 평균적으로 신혼부부 세 쌍이 헤어질 때 중년부부는 네 쌍이 헤어졌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
2016-12-19 17:24:41여섯 번째 촛불시위가 열린 3일 광주 집회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은 자유발언을 신청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거부로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같은 날 대구 집회에 참가한 국민의당 안철수도 시민들로부터 "빠져라" 등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지연에 성난 촛불민심이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번져가고 있다. 촛불광장..
2016-12-05 17:01:20내년 경제가 불길하다. 짙은 안개 속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떼밀려가고 있다. 이러다 낭떠러지가 나오면 어쩌나 싶다. 내년 경제를 특징짓는 단어 하나를 꼽는다면 불확실성이다. 무엇보다 정치가 불확실하다. 검찰수사 결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세가 됐다.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지만 대통령은 ..
2016-11-21 17:14:15"보고서를 두고 가시라고 합니다." 장관이 역점 사업들에 관한 보고서를 싸들고 대통령 집무실에 갔는데 비서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김이 팍 샐 것이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계속 되풀이된다면 비정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두 번이나 하고, 미사일을 수도 없이 쏘아 대는데 1년 동안 외교안보수석을 한 번도 독대하지 않았다. 국회나..
2016-11-07 17:40:38불이 나서 소방차가 출동했는데 불을 안 끈다. 소방수가 물대포를 허공에 쏘아대고 있다. 정부가 최근에 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정부는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택지 공급을 줄여 집값을 더 오르게 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한 보금자리론도 사실상 끊었다. 투기꾼은 놔두고 실수요자만 잡는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불을 끄려 하기보다 불..
2016-10-24 17:32:20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대정부 발언이 쌀쌀해졌다. 이 총재는 7일(미국 현지시간) "한국의 재정정책은 여력이 있다. 반면에 통화정책은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워싱턴DC 방문 중에 현지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앞으로 더는 금리를 내리기 어려우니 정부가 재정에서 부담을 더 짊어지라고 촉구한 것으..
2016-10-10 17:26:16김영란의 실험이 시작된다. 우리 국민의 경제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실험이다.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사에 김영삼 대통령이 주도했던 금융실명제와 견줄 만한 큰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보다 돈질을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믿음이 있는 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날은 오지 않을..
2016-09-26 17:05:27스폰서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일종의 필수품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돈이 필요한데 뇌물을 받을 수 없으니 함께 가서 직접 돈을 써라. 그 시절 스폰서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업자에게 접대는 받아도 금품은 받지 않는다는 의식이 강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랑스럽게 술자리에 스폰서를 대동하기도 했다. 스폰서의 존재가 부패가 아니라 청렴의 증거로 인식된 ..
2016-09-12 17:16:331985년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850만명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난해의 농가인구는 257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마저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거의 절반이다. 이런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영농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농가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농업은 한 세대 사이에 반에 반토..
2016-08-29 16:33:26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한 달 후인 2014년 5월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6825t이나 되는 거대한 여객선이 순식간에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 이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관료집단의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을 지목했다. 그리고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퇴직 관료들이 유관 분야의 공공기관이나 사기업, 단체 등에 취업해 이권의 방패막..
2016-08-15 17:03:47지난해 나라살림은 하루 대략 1000억원씩 적자가 났다. 나라 재정이 아직은 건전한 편이라고 하나 하루 1000억원씩의 적자는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재정적자는 연간 2조원 안팎으로 거의 균형재정이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급증해 지난해에는 38조원으로 불어났다. 나라살림의 적자 구조를 균형재정으로 되돌리는 것은 미룰 수 없는 ..
2016-08-01 16:58:24분식회계가 탄로나면서 주가가 하루아침에 80달러에서 1달러로 곤두박질한다. 회사는 곧 파산한다. 최고경영자(CEO)는 1심에서 증권사기죄로 24년형을 선고받는다. 회장도 24년4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이 끝나기 전에 사망한다. 미리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났던 부회장은 재판 직전 자살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죄를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10년형을 선고..
2016-07-18 17:19:40학자 출신으로 KDB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홍기택의 좌충우돌이 아슬아슬하다. 지난달 초순 중국 베이징에서 혈혈단신으로 실세들과 맞짱을 떴다.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0월 열렸던 청와대 서별관회의 내용을 폭로했다.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할 때 자신은 들러리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
2016-07-04 17:02:08시장 바닥에 돈다발이 널려 있다면 줍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기업 영역에 들어간 공적자금도 마찬가지다. 주인 없는 돈이어서 먼저 본 사람이 줍게 돼 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생리가 그렇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조선은 총체적 부패공화국이었다. 경영진은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2000억원대의..
2016-06-20 17:09:07정부와 한국은행이 한 달째 구조조정 재원 분담 문제를 논의 중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것이라고 하나 실상은 부실기업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 분야 부실기업에 지원할 돈을 정부와 한은이 얼마씩 부담할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그 논의 과정이 참으로 희한하다. 문제의 부실기업들이 살아날 가능성이 ..
2016-06-06 16:56:51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이 사건이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돼 빚어졌다"고 했다. 장삿속은 기업 탓이고, 법제 미비는 국회 탓이니 정부가 책임질 일은 아니란 투로 들린다. 윤 장관은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도 끝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을 보..
2016-05-23 17:16:21정부가 쓰는 돈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 세금을 쓰려면 3단계의 감시망을 거쳐야 한다. 세법을 만들 때 한 번, 예산을 짤 때 또 한 번 국회의 동의를 받는다. 그리고 세금을 다 쓴 뒤에는 국회의 승인을 받는다.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는 국민의 조세저항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감시와 저항 없이 쓸 수 있는 돈이 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이다. 발권력도 국민의 ..
2016-05-09 17:23:23국제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총선이 있기 전까지는 별문제 없었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 말이 달라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단이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다. 나흘간 머물며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연례협의를 했다. S&P는 이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해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단 관계자들은 연례협의..
2016-04-25 17:21:23선거판에서 나는 유권자로서 존중받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각 당과 후보들이 어르고, 달래고, 읍소하고, 때론 윽박질러대는 통에 도무지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가져보지 못했다. 토끼몰이에 걸려 쫓기는 토끼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느낌뿐이다. 그래서 나는 선거전을 토끼몰이에 비유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 선거전략가들이 집토끼가 어떻고, 산토끼가 ..
2016-04-11 16:55:42만약 나에게 지금 청년으로 돌아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행복할까.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대학을 나와도 몇 년씩 취업문을 두드려야 하고, 자기소개서를 백 장 넘게 썼지만 어느 한 군데서도 응답을 듣지 못하는 현실이 떠올라서다. 요즘 대학생들은 될 수만 있으면 졸업을 미루려 한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섣불리 졸업하고서..
2016-03-28 17:05:32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소비위축에서 시작됐다. 1992년의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인의 평균소비성향은 6년 연속 하락했으며 결국 1998년에 마이너스 성장(-0.3%)을 기록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흡사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증상이 일본보다 중증이다. 2010~2015년 5년 연속 소비성향이 하락했다. 하락 속도가 일본보다 두 배나 빠르다. 일본은 1992~1998년 사..
2016-03-14 17:18:45서울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가 꽤 오래됐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러나 그런 신호음이 도처에서 들려오니 이제는 귀를 틀어막아도 불가항력이다. 통계청은 최근 '2015년 지역경제 동향'을 발표했다. 이 자료는 경제활동을 생산, 소비, 고용, 물가, 건설, 수출, 인구 순이동 등 7개 항목으로 구분해 지난 1년 동안의 실적을 지..
2016-02-29 16:49:45알 수 없는 것이 경제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 자주 빗나간다. 나는 저금리 시대가 오면 가진 것 없고 빚만 있는 사람들 형편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전세금 폭탄을 터뜨리는 뇌관일 줄이야. 보통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내집 마련은 멀어진 꿈이 됐다. 전셋집이라도 장만..
2016-02-15 16:55:14국회는 습관성 전신마비 환자나 다름없다. 1년에 몇 차례씩 마비된다. 이번에도 벌써 두 달째다.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로 두 번이나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줄곧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런 국회를 보면 얼마 전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마비된 제주공항이 떠오른다. 수많은 승객이 폐쇄된 공항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노숙을 하거나 앉은 채로 새우잠을 자야 했다. 공항 한 곳이 마..
2016-02-01 17:05:12모 백화점이 지난달 서울 강남에 전시장을 빌려 초대형 출장 세일을 했다. 최고 80%나 정가보다 싸게 팔았다. 전통시장 경기가 죽을 쒀도 눈 깜짝 안하던 백화점이 체면을 구기고 떨이 판매를 했다. 정부는 앞으로 상당 기간은 계획된 것 말고는 발전소를 더 짓지 않기로 했다. 전력소비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여름철과 겨울철만 되면 폭증하는 전력수요로 초..
2015-05-07 16:45:33'고비용 정치'가 또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부패 기업인이 남긴 메모 한 장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개혁 과제들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해 30년 성장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사정 대타협은 이미 실패로 끝났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처리시한이 임박했지만 진전이 ..
2015-04-23 17: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