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산업안전 시장은 커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외국의 다국적회사가 주류를 이뤘으며 90년이후 경쟁력을 갖춘 국내 유수기업들이 하나둘 발을 들여놓았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제도와 관련법이 정비되고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면서 해외 수출까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업체=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참여가 늘면서 다양한 종류의 안전장치와 기자재를 생산해내기 시작한 것은 90년 이후의 일이다.대표적인 업체가 군납제품이 위주인 삼공물산이다.50년대 설립돼 주로 군대에서 사용되는 군용보트, 침투정, 보호위 등을 제조하던 삼공물산이 산업안전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80년 중반부터.군납용 제품 제조 노하우를 이쪽 분야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일본과 기술제휴를 시작하며 한동안 일본의 방진마스크를 직수입해 판매하기도 했다.하지만 90년후반부터 자체 브랜드로 수익을 창출했다.지난해 안전제품으로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이가운데 수출액이 50억원이 넘었다.
오토스 광학은 보안경 분야에서 대표적인 업체.국내 위험시설 지역에서 사용되는 국산 보안경의 90%는 오토스 제품이다.안경제조업체로 더 잘 알려진 오토스 광학이 이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95년무렵.미국, 일본,유럽의 보안제품과 비교하며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이에 따라 매출액은 98년 48억원, 99년 58억원, 2000년 76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안전화 분야는 K2코리아, 프로스펙스,한비산업 등이 손꼽힌다.이가운데서도 안전화의 80%는 K2 코리아 제품이다.등산화 전문업체이기도 한 K2코리아는 95년부터 ‘고품격 안전화’를 표방하며 시장을 개척했다.95년무렵 건설현장에서는 기존의 일반 안전화보다 고급한 안전화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K2코리아의 전략은 적중했다.K2코리아 관계자는 “등산화 제조업체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튼튼하고 안전한 신발에 대한 신뢰를 더 잘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안전모는 한성안전산업이 대표업체로 꼽히고 있다.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는 인원은 대략 200만명.모자 1개당 평균 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안전모 하나만으로 200억 시장이 형성된다.
◇해외 수출 급증=국내 업체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은 품질이 뛰어나면서 가격이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관련업체들은 수출규모는 2∼3년사이에 배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특히 오토스 광학의 경우는 지난 98년 2억4000만원, 99년 7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7억5000만원으로 2년사이에 무려 9배 가까히 늘었다.오토스의 주요 수출국은 유럽과 미국.오토스 관계자는 “지난해 유럽과 미국의 수요가 급증했다”며 “기술 수준을 이제서야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폭전동기류를 제조하는 우창전기산업과 은하양행도 최근 들어 수출이 급증했다.이들 기업을 둘다 12∼13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회사.우창전기산업은 일본, 대만, 호주, 동남아 등지에 방폭전동기를 판매해 지난해 80억원의 수출을 기록했으며, 은하양행은 동남아와 미국지역에 15억원가량의 제품을 팔았다.
◇정부도 지원금 늘린다=정부는 2002년부터 지금보다 10배로 늘어난 5억원을 산업안전 업체의 연구 개발비로 지원해줄 계획이다.김맹용 안전정책과장은 “산업안전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업체의 연구개발은 앞다퉈 진행될 예정이어서 정부의 지원금 증액은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노동부는 이밖에도 안전장치, 보호구 개발 지원부서의 조직을 확대하고 각종 안전시설 관련 예산을 늘려나갈 방침이다.유망산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 해도 엄청난 발전이다. 정부가 연간 5000만원밖에 되지않는 액수지만 안전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자금 명목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2년밖에 되지 않았다. 노동부가 산업안전공단을 통해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공모한 뒤,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업체에 연구개발을 지원해왔지만 지금까지 지원금을 받은 업체는 6개에 불과 하다.
남북전기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한 방폭형 스위치개발과, 오토스 광학의 차광농도 불변식 자동차광용접면, 레파드의 안전화 성능개선, 한비산업의 땀제거 안전화 개발 등에 6개 업체에 지원금이 주어졌다.대략 업체당 1000만∼1500만원 수준이었다.
◇90년이후 본격적인 시장 형성=우리나라에서 산업안전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80년대다.당시 재해율은 3.15%(85년).산업 재해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산업 안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하지만 인식과 제도는 여전히 미비했다.본격적으로 근로자의 안전이 기업과 국가에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한 건 90년대 들어서다. 지난 90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됐고, 기업의 의무사항도 강화됐다.안전산업의 수요가 이때부터 확대됐으며 시장성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업안전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자생력에는 한계가 있었다.70년대부터 우리나라 산업안전 시장은 쓰리엠, MSA, 샤브레, 달로져 등을 비롯한 외국 다국적회사들의 전유물이었다.이들 기업들이 우리나라 조선, 화학업계 초기 안전시설을 장악했다. 국내 업체가 이들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후반의 일이다. 서서히 외국 기업과의 기술제휴 결과 기술력이 향상된 기업도 늘었고, 자체 연구 개발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세계수준의 기업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