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탁이 중국산 조기 꽃게 넙치 등 어류로 일색이다. 횟집 메뉴도 중국산 활어가 점령한 지 이미 오래다. 한국 어업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기르는 어업의 전환과 치어 양산을 위해서는 국내 양식업의 활성화가 급선무. 이에 전문가들은 해안가에 위치한 발전소 온배수(溫排水)를 재활용할 경우 유리온실 농업처럼 사시사철 물고기를 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권유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을 이용, 물을 얻는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 방법은 물 기근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바닷물의 염분을 걸러내 맑은 물(담수)을 얻는다면 엄청난 수자원 확보와 함께 물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업=21일 오후 3시쯤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운영중인 양식장. 700평 규모의 거대한 양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방에서 풍덩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물줄기가 솟구쳤다. 양식중인 넙치(광어) 점농어 등이 물위로 치솟고 있었다. 뜰채로 한마리를 들어올렸더니 놀랍게도 크기(길이)가 50㎝가량 되는 대형 넙치였다. 바닥에 내려논 넙치는 취재진이 두손으로 들어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손가락으로 눌러본 등은 손가락이 바로 튕겨져 나올 정도로 근육질이었다. 흔히들 넙치의 배부분이 순백색이어야 자연산으로 구분하는데 이곳의 넙치들은 한결같이 순백색이었다.
이성동 어장장(42)은 “양식장은 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리고 나온 바닷물을 사용하는데 전혀 오염되지 않은 물이기 때문에 말이 양식이지 자연산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닷물의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어류들의 성장이 주춤하는 사이 온배수에서 양식되는 넙치 등은 성장속도가 2∼4배 가량 빠르다”고 귀띔했다.
‘원자력발전과 양식업.’ 언뜻 듣기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화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영광 원전에서는 발전소의 터빈을 돌리고 나온 바닷물로 양식업을 한다. 참돔,넙치,대하,전복 등 대부분 고급 어종이다. 한수원이 어류 양식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지금까지 방류한 물고기만도 1000만마리에 이른다. 방사능 오염의 진원지로 인식돼온 원전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자원 재활용은 물론, 어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 것. 무엇보다 원전에서 방출되는 온배수가 어류 양식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온배수란=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리고 나온 증기를 다시 물로 만들 때 냉각용으로 바닷물을 사용한다. 이 바닷물은 복수기에서 증기와 열교환에 의해 취수시보다 7도 정도 높아져 다시 바다로 배출되는데 이를 온배수라 한다. 냉각수로 사용된 온배수는 원전뿐만 아니라 일반 산업시설에서도 배출되는데 오염과는 거리가 멀다. 영광과 월성원전에서는 바다로 버려지는 온배수를 어류양식에 이용하기 위해 원전내에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식결과 자연상태보다 2∼4배의 빠른 성장이 확인됐으며, 방사능 오염 등의 문제도 없어 온배수의 청정성과 유용성이 입증됐다고 한수원은 밝혔다. 영광원자력본부 문형주 홍보과장(41)은 “100만㎾급 원자력발전소 1기에서 사용하는 바닷물의 양은 초당 최대 50t 정도”라며 “이 온배수를 수산물의 양식이나 야채?^화초의 온실재배, 난방 등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배수를 이용한 어류 양식 장점=원전 온배수는 연평균 수온이 20∼25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겨울철 수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어류의 성장이 멈추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원전 양식장에서 자란 어류가 자연 해수에 비해 성장이 2∼4배 이상 빠른 것도 이 때문. 특히 농업의 비닐하우스처럼 사시사철 고기를 기를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 매년 5월말 바다의 날에는 양식어류를 인근 바다에 대량 방류함으로써 인근 연안의 어족자원 조성과 지역어민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온배수 양식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해양수산부는 “보통 치어로 방류한 고기가 어민 소득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10% 안팎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연근해의 어족자원 조성에 큰 몫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식 실적=한국해양연구소의 실험양식이 종료된 지난 97년 3월에 인수, 개발된 기술을 기초로 인근 해역에서 많이 서식하거나 고급 어종을 양식하고 있다. 영광본부 양식장은 현재까지 매년 총 3회에 걸쳐 넙치 점농어 조피볼락 대하치하 총 312만7000마리를 인근 해역에 방류함으로써 여안어족을 보호해 주변지역 어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8년 5월에는 온배수 이용 양식어류의 청정성 및 경제성확보 차원에서 넙치 3t(약 4500마리)을 서남해수어류양식수산협동조합(완도)에 시범 판매, 3285만5000만원의 수입을 올려 경제성도 입증했다.
특히 협동조합의 감정평가에서 가장 최상 등급인 ‘A’등급을 받아 온배수 이용 양식어류에 대한 불신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온배수 배출 기능=950㎽급 원자력발전소의 증기발생기에서 발생하는 열량은 시간당 3.69×109㎉(영광1호기 100%출력·1% Blow-Dwon·0.5%급수기준)에 이르며, 이 열량을 가진 증기가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연속발전 및 발전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터빈을 돌리고 난 증기를 복수기에서 냉각, 물을 재순환시킨다. 여기에서 사용하는 냉각수가 바닷물이며, 4개 호기 가동시 약 200t(약 50t/기)의 순환냉각해수가 복수기를 통과하는 10여초 동안 열교환해 온배수로 배출되며, 발전효율을 35∼38%로 볼 때 이 온배수는 증기발생기에서 발생한 약 67%정도의 열량을 갖고 있어 자연해수보다 약 7∼8도가 상승한 상태로 해역에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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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kim@fnnews.com 김기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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