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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파워’ 회계법인-삼덕회계법인] 구조조정분야 탁월한 경쟁력


‘따뜻한 가슴, 차가운 머리.’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창시자 앨프리드 마셜이 지난 1885년 케임브리지대 취임강연에서 남긴 명언이다.

회계업계 7∼8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삼덕회계법인은 따뜻한 가슴(동양적 인품)과 차가운 머리(예리한 판단)를 두루 갖춘 두뇌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젊고 패기만만한 회계사들보다는 경륜이 많은 회계사들이 주로 포진한 삼덕은 보수적 회계감사 성향을 유지해 ‘깐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회복지 법인에 대한 감사를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등 기업문화가 자율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명에서도 알수 있듯이 ‘덕(德)’을 강조하고 있다.

◇1호 회계법인=삼덕은 국내 최고(最古)의 회계법인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76년 대원회계법인으로 설립된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회계법인으로 등록했다. 지난 85년 ‘삼덕’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개편했고 88년 대경회계법인을 흡수합병, 외형규모를 키워나갔다. 현재 회계사 109명을 포함해 14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16개에 달하는 감사부와 함께 조세본부, 경영컨설팅본부, 국제본부, 심리실 등을 갖춰 회계감사와 함께 경영자문, 조세·세무자문, 구조조정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중견법인이다.

삼덕은 회계업계 빅5를 제외하면 외감법상 금융기관을 감사할 수 있는 법인요건인 ▲공인회계사 수가 100명 이상이며 ▲20개국 이상에 회원사를 두고 전문가 2000명 이상을 보유한 국제회계법인과 제휴관계를 맺고 ▲회원사 상호간 감사품질을 관리한다는 내용의 품질관리규정을 갖춘 몇 안되는 회계법인이다. 현재 영국의 넥시아그룹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대형 금융사 중 현대증권, 한국증권금융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안정속 성장=삼덕은 지난 97년 매출액 113억3500만원을 올렸으나 98년 103억200만원으로 외형규모가 줄었다.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특수를 빅5가 독식하면서 새로운 시장창출에 실패하는 듯 했으나 99년 105억7700만원, 2000년 118억7400만원으로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고 순이익도 98년 2억700만원에서 2000년 4억3600만원까지 늘렸다.

3월결산법인인 삼덕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33억9600만원, 순이익 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2.8%, 14.6%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매출을 분야별로 보면 회계감사 99억4600만원(74.3%), 경영자문 10억원(7.4%), 세무업무 등이 24억5000만원(18.3%)으로 구분된다.

삼덕회계법인 진병선 대표는 “무리한 회계감사를 피하고 안정적·보수적으로 감사에 임하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큰 고객사가 없지만 부실감사에 따른 징계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고객사가 없다고 하지만 현대증권·금강고려화학·S-OiL 등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디콤·명희네트 등 코스닥등록기업 뿐 아니라 한국수자원공사·한국마사회·대한적십자사·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등 공기업도 다수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구조조정 경쟁력 보유=삼덕은 지금까지 감사보고서 관련 소송을 당한 적이 딱 한번 있다. 지난 96년 고려시멘트 감사보고서 건으로 소송을 당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승소판결을 받고 원고가 대법원 항소를 포기, 완전승소해 클린 회계법인으로 자부하고 있다. 이는 “삼덕이 감사한 보고서는 부실딱지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 아래 감사보고서 품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진대표는 설명한다.

회계법인의 기본인 감사업무 외에 구조조정 업무에도 삼덕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기업인 A전자가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고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데에는 막후에서 삼덕이 채권단과 협의아래 기업가치를 높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 세무 관련 업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지난 99년 산하 양로원 등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뢰할 때에도 삼덕이 이를 맡았다.

진병선 대표는 “모든 감사책임을 해당 파트너에게 지우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중요한 일은 이사회 토론은 물론 수시로 티타임을 가지면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대표는 또 “감사의 질을 높여서 투자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구조조정 등 틈새시장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jklee@fnnews.com 이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