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의 서울 강남권 고급빌라도 ‘빌라 깡’ 형태의 법원경매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빌라 깡’은 미분양 상태의 빌라를 가짜 매수인을 내세워 담보대출을 받은 후 잠적하는 수법으로 그동안 서울 강서권과 인천, 시흥, 부천 등에 위치한 저가빌라가 주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급빌라 분양시장도 공급과잉과 경기위축이 겹치면서 빌라 깡 형태로 미분양 물건을 해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경매물건이 급증하고 있다.
5일 법무법인 산하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최초감정가 10억원이 넘는 고급빌라 경매물건이 매월 5건 이상 나오고 있다. 8월 들어서는 이미 8건의 경매물건이 나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단지는 집단적으로 경매에 부쳐지는 등 꼬리를 물고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경매물건 중에는 빌라 깡 형태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게 경매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오는 13일 중앙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덕산럭스빌라도 빌라 깡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물건이다.
지난 2002년 11월에 준공된 이 빌라는 준공된지 4개월만인 2003년 3월에 분양됐고 비슷한 시기에 우리은행에서 근저당 5억8800만원이 설정됐다. 하지만 근저당이 설정된지 8개월만인 2003년 11월에 경매가 신청됐다. 1년도 안돼 경매가 신청된 것이다. 채권은행에서 4억9000만원을 청구했지만 이 빌라는 최초감정가 6억5000만원에서 2회 유찰끝에 4억1600만원까지 떨어졌다. 대출과 동시에 소액임차보증금 우선변제권을 받을 수 있는 전세 3500만원의 세입자도 있어 채권액을 모두 회수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 9일 낙찰된 서초구 방배동 대우로얄빌라도 채권은행이 3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떼였다.
대우로얄빌라는 지난 2003년 3월 조흥은행에서 13억970만원을 갚으라며 경매를 신청했다. 지난 2002년 6월 대출을 해준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경매가 진행된 것이다. 최초감정가 14억원인 이 빌라는 3회 유찰돼 9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은행 대출 후 불과 1년도 안돼 경매에 부쳐지는 고급빌라 경매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대출된지 1년도 안돼 경매에 부쳐진다는 것은 은행에 담보대출을 받음과 동시에 이자 연체가 계속됐고 몇차례 독촉에도 대출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매물건에 대출한 은행들도 대출금 상당액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실제 낙찰가가 청구금액에 훨씬 못미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또 소액임차인이 대출금보다 우선 변제받는다는 법의 허점을 악용 ‘가짜’ 임차인이 세입자로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실상 60∼70평형대 빌라에 3000만∼4000만원짜리 세입자가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들 빌라 깡으로 인해 나오는 고급빌라 경매물건의 또 다른 특징은 취득세를 내지 않아 해당 자치구에서 압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취득세는 매매잔금 납부 후 30일 이내에 내도 된다는 점을 악용, 대출을 받은 후 취득세도 내지 않고 곧바로 잠적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일반빌라에 이어 고급빌라도 빌라깡 형태의 경매물건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실장은 “최근 담보대출금액보다 최초감정가가 낮은 담보율 역전현상마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돈 떼이는 은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