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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중산층이 무너진다…의료비 급증·고용불안·카드빚 증가 여파


미국 중년층이 카드빚과 불안한 일자리, 지나친 의료비 부담으로 몰락하고 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지는 9일(현지시간) 수십년간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갖고 중산층으로 살던 미국 중년층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45∼54세의 중년층 소비자 중 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 2001년 모두 44만6400명으로 지난 91년(17만9700명)에 비해 148%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에 새로 가정을 꾸리는 등 통상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파산 신청자 수가 많은 연령층인 25세 미만에서는 지난 91년 9만9000명이던 것이 2001년에는 10만2000명으로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널은 “중년·중산층 파산신청 건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의료비 급증과 불안정한 고용시장, 수년간 이어진 신용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이라며 “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중병에 걸렸을 때 뜻하지 않게 몰락하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또 이들 중년층은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로 평균 수명이 크게 높아진 부모와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가기 시작한 자녀들을 뒷바라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여윳돈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의 카드빚은 총 7341억달러(약 856조원)로 지난 90년 2384억달러와 비교할 때 3배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널은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빚을 갚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빚에 파묻혀 파산보호를 선택한 중년층의 사례를 들면서 혼자 힘으로 빚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