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노조가 파업 나흘 만에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 업무에 복귀했다. 정부와 사측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진데다가 극심한 불편을 겪은 국민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노조가 과거에 비해 파업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중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파업 중단은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철도공사와 정부측이 법과 원칙 고수를 내세우며 노조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파업 중단을 끌어낸 결정적인 요소는 정부와 공사측이 종전과는 달리 노조원 연행, 대규모 징계 등 ‘초강수’를 두며 법과 원칙 고수를 내세운 것이다. 정부는 파업 기간에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검찰과 경찰은 검거에 나서는 강경 대응 방침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사측이 ‘선 복귀 후 협상’ 방침을 고수하면서 업무 복귀를 거부한 노조원 2000여명을 무더기로 직위 해제한 것도 효과를 거뒀다.
강경 대응 방침이 파업 중단을 끌어내기는 했지만 처리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법 파업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측이 이번처럼 원칙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징계 수위 등은 열차가 정상화된 이후 사규와 법률에 따라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한 점이 주목되는 이유다.
철도공사가 파업 무마를 위해 오래 전에 일부 경영권과 인사권을 노조에 양보했던 것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연한이 지나면 별도의 시험 없이 자동 승진시키고 직원이 징계를 받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비연고 지역이나 타 직종으로 전환 배치되지 않도록 한 내용 등은 노사 분규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원칙 없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이사장이 이같은 독소 조항을 전면 손질해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파업이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면 비록 불편하다고 해도 시민들은 참아내야 하지만 법 질서에 어긋나는 파업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정부와 사측이 법에 따라 원칙을 고수하는 풍토가 이번 기회에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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