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패와 번지수가 다르네.’
‘삼성계열 전자 4인방’의 일부 지방사업장 명칭이 실제 주소지와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4사는 지방사업장의 ‘개명’ 여부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유리 등 4사는 일부 지방사업장명을 실제 소재지 지방자치단체명이 아닌 인접한 대형 지자체명을 사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명패’와 ‘집주소’가 어긋나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
이로 인해 4사는 소재지 지자체와의 마찰, 국내외 방문객의 혼란, 근무 직원들의 정체성 혼란 등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SDI의 ‘부산사업장’이다. 언뜻 삼성SDI의 사업장이 부산에 위치한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삼성SDI의 ‘부산사업장’은 실제 경북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삼성SDI는 ‘부산사업장’을 ‘울산사업장’으로 개명해야 타당하다.
본래 삼성SDI는 지난 70년 울산에 사업장 터를 잡을 때 사업장명으로 ‘울산’을 고려했다가 ‘부산’을 선택했다. 당시 삼성SDI는 ‘부산’이 울산보다 대도시란 측면에서 ‘부산사업장’이라는 명칭이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삼성SDI에 대해 ‘부산사업장’을 ‘울산사업장’으로 변경하기를 원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삼성SDI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오랫동안 사용해 굳어진 사업장명을 하루아침에 바꾸자니 대내외 혼란이 우려되고 그대로 사용하자니 울산시의 ‘미움’을 살 수 있는 게 삼성SDI의 처지다.
삼성SDI 관계자는 “일단 사업장명을 ‘울산사업장’으로 바꾸기로 했다”며 “그러나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 얽혀있어 시기는 못박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도 사정이 비슷하다. 삼성전기의 대전사업장은 충남 연기군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상 대전이 아닌 충남 연기군에 속해 사업장명을 정확히 하자면 삼성전기 ‘연기사업장’이 맞다. 그러나 삼성전기는 지난 91년 ‘대전사업장’을 개설한 이래 사업장명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가 ‘무늬만 대전사업장’인 삼성전기의 연기사업장을 달갑게 볼리 없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전사업장’이란 명칭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도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사업장에 ‘천안사업장’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인근 지자체 중 천안시가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탓이다.
삼성전자도 유사하다. 삼성전자의 ‘온양사업장’이 명패와 주소가 다른 사례다. ‘온양사업장’은 엄밀히 따져 충남 아산시에 위치해 있다.
‘온양시’라는 명칭은 지난 95년 아산시로 통합·변경됐기 때문에 ‘아산사업장’이 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이 위치한 ‘기흥’도 지난해 명칭때문에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경기도가 ‘기흥’을 ‘구흥’으로 바꾸려다 지역주민과 삼성전자의 반발에 부딪쳐 전면 백지화한 것.
당시 삼성측은 건의문을 통해 “세계적인 반도체 메카인 ‘기흥’이라는 지명을 없애면 삼성기흥반도체 인지도가 떨어져 결국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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