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를 그만 두고 전업 투자자로 나선 주부 Y씨는 지난해 말 베트남 펀드에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을 몽땅 투자했다. 5년 뒤 수익률이 200%에 이를 거라는 소문을 비롯해 지난해 불어닥친 해외펀드 성공 신화가 머릿속에 떠올라 주저없이 전액을 투자했다. 올해 순서가 돌아오는 갯돈마저 이 펀드에 넣기 위해 미리 보험약관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지난해 국내에 불어닥친 해외펀드 열풍이 올해도 지속되면서 Y씨처럼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국가에 집중 투자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해외펀드가 신흥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해외펀드의 기본인 분산투자 원칙이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Y씨와 같은 경우가 바로 ‘묻지마’식 투자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다른 투자처는 몰라도 해외펀드에서 ‘묻지마’ 전략은 위험천만한 투자법이다. 해외펀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정확히 상황파악하기 어려운 국가별 위험도이기 때문이다. 국내 상품에 비해 현지 정보가 부족하고 환율위험,변동성,환매절차 등 고려할 점이 많아 ‘묻지마’식 투자는 위험하다. 국내 투자자들은 주로 수익률과 안정성 등 두가지 기준 가운데 수익률에 전적으로 의존한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해외투자의 정석은 안정적인 투자를 희망할 경우엔 선진국 시장에,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할 경우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선진국 펀드의 가격변동성은 보통 신흥시장의 절반에 불과할 만큼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신흥시장 채권펀드의 수익률 기복도 국내 채권펀드의 4∼5배에 달한다.
이에 올들어 재테크 전문가들은 해외펀드 투자에 대해 분산투자 전략을 추구할 것을 권유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시장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기본적으로 포함시켜 안정성을 확보하고 동남아시아,남미,동유럽 등의 신흥시장 관련 펀드를 선택해 수익률을 추구하는 식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글로벌, 아 ·태지역, 브릭스(BRICs) 등의 펀드하나로 다양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도 위험분산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만약 외국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투자를 망설일 경우엔 해외 유망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투자 펀드(펀드 오브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
특히 이같은 분산투자 습관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신흥시장에 집중투자하는 국내 해외펀드의 관행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의 그랙 존슨 사장도 최근 한국을 방문해 “현재 한국의 펀드 투자는 중국 인도 등의 특정지역으로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며 “중국과 인도는 아직 안정된 시장이라고 볼 수 없어 상당한 투자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의 해외펀드 투자는 중국 45.2%,브릭스(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15.4%,인도 8.7%,친디아 6.3%로 대부분 자금이 이머징 마켓에 쏠려 있다.
그러나 프랭클린템플턴은 513조원(2006년 11월 말 기준)의 자산 중 70.5%를 미국에다 투자하고 아시아 11.3%,유럽 10.8%,캐나다 7.4%를 투자하는 등 세계 전역에서 골고루 자산을 운용함으로써 한국의 투자 관행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초 중국, 인도펀드와 더불어 TVT(태국, 베트남, 터키)펀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바 있다. 그런나 태국의 경우 아시아 지역 유일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PB 관계자는 “해외펀드 투자에 여유자금 전체를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전략”이라며 “단일 펀드보다 복수의 펀드로 분산하는 방법을 우선 고려할 것”을 추천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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