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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는 지금 다이어트중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휴대폰을 사주기 위해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를 찾은 이은화씨(40세). 학교며 학원이며 하루 종일 밖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와 쉽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을 구입하려고 왔지만 걱정부터 앞섰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다 요즘 휴대폰에 기본으로 내장돼 있는 ‘무선 인터넷’(위피)에 아이가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인터넷에 노출될 위험도 없고 가격도 저렴한 ‘위피 없는 휴대폰’(논위피폰)이 있었기 때문.

부모님 생신 선물로 휴대폰을 구입하러 테크노마트를 찾은 조민기씨(34세)도 “이번엔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 했다. 그동안 불필요한 각종 첨단 기능 때문에 비싼 값을 치러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조씨는 “카메라 기능 등을 쏙 뺀 알뜰형 휴대폰이 출시돼 10여만원으로 다 해결했다”며 “부모님도 사용하기 편해 좋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시장 다이어트 바람

휴대폰을 구입할 때마다 으레 치러야 했던 걱정과 불만은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쓰임새가 적은 휴대폰 기능을 뺀 ‘다이어트폰’들이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컨버전스의 총아로 각광받자 그동안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카메라, 무선인터넷, MP3플레이어 등의 기능들을 추가하기에 바빴다.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치솟았고 심지어 “기능이 너무 복잡해 오히려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에 대한 반발이 ‘다이어트 바람’이다. 업체들이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부가 기능을 하나씩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논위피폰’이다. 영상 통화가 가능한 동급 사양 제품이더라도 무선 인터넷 기능을 없애 최고 20만원을 낮췄다. 또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소수 소비자들을 겨냥한 ‘카메라 없는 휴대폰’은 10만원가량 가격이 낮다.

복합전자유통센터 테크노마트 홍보팀 박상후 팀장은 “그동안 휴대폰에 무선인터넷, 카메라, 동영상 기능 내장은 기본으로 여겨져 왔다”며 “그러나 필요 없는 기능을 과감히 줄이고 핵심기능으로 승부하는 휴대폰이 많이 출시되면서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논 위피폰 인기 폭발

기능을 단순화한 휴대폰 중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으론 최근 KTF가 출시한 LG전자의 ‘KH-1200’이 있다. ‘위피’ 없는 휴대폰으로 3세대(3G) 서비스 ‘쇼’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급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가 없어 무선인터넷이나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MMS) 등을 보낼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싼 가격 덕분에 출시된 후 2주도 지나지 않아 첫번째 공급물량 3만대가 모두 팔려 나갔다. 가입시 가입자의 기존 번호를 바꿔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테크노마트에서는 휴대폰 판매율의 20% 정도까지 올라왔을 정도다.

이처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선인터넷이 되지 않는 반면 영상통화는 가능하기 때문. 어린 자녀나 노부모를 위한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영상통화 기능을 이용하면 자녀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즉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부모의 안부를 확인하는 데도 유용하다. 가격도 10만∼20만원가량 싼 30만원대. 보조금을 받으면 공짜로 살 수도 있다.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의 한 관계자는 “LG-KH1200의 경우 본인이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자녀 또는 부모님을 위한 선물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없는 폰’ ‘원배터리 폰’도 나와

카메라를 별로 쓰지 않는 고객을 위한 무카메라폰도 나왔다. 모토로라의 ‘스타택3’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초창기 스타택 제품에 비해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등 기능이 향상됐지만 이번에 카메라 기능을 과감하게 없애고 10만원가량 가격을 낮췄다.

원배터리 폰도 다이어트폰의 하나다. 보통 휴대폰에는 2개의 배터리가 포함돼 있지만 삼성전자의 ‘애니콜 SCH-S470’ 제품은 배터리가 하나뿐이다.
휴대폰 사용주기가 매년 짧아지고 표준형 충전기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 제품이다. 어디서나 쉽게 충전이 가능해져 배터리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배터리를 한 개 줄여 출고가가 다른 제품에 비해 4만∼5만원 저렴해졌다.

/ktitk@fnnews.com 김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