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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상속제 폐지’ 검토할 만하다



손경식 상의 회장이 상속세 폐지 화두를 다시 던졌다. 아예 없애자는 건 아니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하자는 게 손 회장의 제안이다. 상속세는 재산을 물려받을 때 바로 세금을 물리지만 자본이득세는 물려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비로소 세금을 물린다.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두 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 상속세는 오로지 세금을 내기 위해 물려받은 주식·부동산을 처분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이 때 납부세액이 크면 경영권이 흔들린다. 반면 자본이득세는 가업을 승계한 2세 경영자가 추후 주식·부동산을 처분해 실제 이익을 얻을 때 부과한다. 요컨대 세금 때문에 경영권이 위협을 받거나 사업을 접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현행 상속세제는 매우 엄격하다. 과세표준 1억∼30억원까지 5단계로 나눠 10∼50%의 세율을 적용한다. 분배에 집착했던 참여정부는 법에 열거되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상속·증여가 발생하면 모두 세금을 매기는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다.

상속세는 윤리적·현실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이중과세라는 점이다. 살아서 소득세를 냈는데 죽을 때 또 세금을 내라니 사망세(Death Tax)라는 오명이 붙은 건 당연하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인간의 욕구와도 어긋난다. 낭비를 일삼다가 무일푼으로 죽은 사람에게는 면세하고 근검절약해 부를 쌓은 사람에게 과세하는 것도 모순이다.

현실적으로 상속세는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는다. 공장 폐업하고 땅·빌딩을 사는 게 속 편하다는 푸념을 종종 듣는다. 오죽했으면 기업은행에서 중소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상속세의 80%(최대 23억원)까지 대출하는 금융상품을 내놓았겠는가.

김문수 경기지사는 “우리나라는 부자를 달달 볶아서 다 내쫓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상속세는 일부 계층에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것 외에 별 실익이 없다. 되레 최대 50%의 고세율은 편법 증여와 상속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금은 시기적으로도 민감할 때다. 지난 60∼70년대 창업한 1세대 경영자들이 무더기 은퇴를 앞두고 있다. 기업의 숨통을 터 주는 차원에서도 상속세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