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고(일본 돗토리현)=정대균기자】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이호우 시인의 ‘살구꽃 핀 마을’의 한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비록 일본땅이지만 살구꽃, 벚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곳이 왠지 낯설지 않다.
‘이랏샤이마세’라는 일본말 대신 서투른 한국말로 ‘어·서·오·세·요’라고 반갑게 맞이하는 현지인들에게서 오히려 따뜻한 정감마저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시인은 살구꽃 핀 마을을 만나면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라고 노래했는지도 모른다.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는 인근 시네마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돗토리현의 풍경이다.
7년 전에 개설된 한국어 교실이 이제는 주민들의 문화강좌에 없어서는 안 될 과목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게 그 방증. 하지만 돗토리현은 그 가치에 비해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는 곳이다.
요나고(米子) 국제공항이 있는 요나고시의 지명에서 보듯 이 지역은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이 주류를 이뤄 일본 내에서도 먹거리가 풍부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변 경관 또한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앞쪽으론 망망대해의 일본해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리틀 후지’로 불리는 다이센(大山)이 마치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 있는 입지적 특징으로 ‘일본 해안 100선’에 선정된 우라도메 해안의 빼어난 절경과 4월 중순임에도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다이센 정상이 특히 압권이다.
위도가 우리의 부산과 비슷하고 해발이 1709m로 그리 높지 않음에도 다이센의 눈이 4월에도 녹지 않은 이유는 다름 아닌 시베리아 고기압 영향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뛰어난 설질을 자랑하는 자연설의 스키장 4곳이 있다. 서일본 최대 규모로서 매년 겨울에 이 조용한 현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돗토리현에는 14개의 골프장이 있다. 일본 내에서 겨울에 골프와 스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골프투어(JGTO)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여러 차례 개최한 바 있는 다이센헤이겐아난티GC와 그린파크다이센아난티GC가 강추 코스다.
■다이센헤이겐아난티GC
다이센 기슭 해발 250∼300m 지점의 적송림 지대에 조성된 18홀(파72·7068야드) 코스다. 이 골프장은 1991년 일본시니어선수권대회 등 일본 남녀프로골프 토너먼트가 다수 개최되었을 만큼 일본 내에서도 명문 코스에 속한다.
1976년에 개장한 골프장답게 투 그린으로 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골프장이 관심을 끄는 것은 빼어난 코스 관리다. 페어웨이는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고 벤트그라스로 조성된 그린은 빠르기가 예사롭지 않다. 전략적으로 배치한 81개의 벙커만 피하면 공략에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다.
주변 경관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장관이다. 다이센 중산간 지대의 자연 원시림, 그 중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 올라간 적송의 자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코스에서 내려다 본 일본해의 대파노라마는 또 어떤가. 그 중에서도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모래와 푸른 해송으로 유명한 유메가하마 반도의 비경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그린파크다이센아난티GC
다이센헤이겐아난티GC와 함께 국내 골프&리조트 전문기업인 에머슨퍼시픽그룹이 올해부터 운영을 하게 된 골프장이다. 그 시발점으로 이곳에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SBS코리안투어 에머슨퍼시픽돗토리현오픈이 열렸다.
국내 골프대회가 일본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에 개장한 이 골프장은 이 대회에 앞서 2004년, 2005년에 국제골프대회를 유치한 바 있다.
인코스는 다이센을, 아웃코스는 미호만과 일본해를 한 눈에 바라보며 라운드할 수 있다. 페어웨이가 전체적으로 넓어 공략이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 등 자연적 트러블 요소와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벙커가 전략적인 공략을 요한다.
■투어 팁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서 매주 화, 금, 일 3회 취항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 10분. 바다에서 끌어올린 가이케 온천 등 많은 온천이 있다.
해변에 자리 잡고 있는 가수이데호텔 온천은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인기 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를 기리는 ‘고쇼 고향관’, 일본 최대 규모의 플라워 파크인 ‘돗토리 하나카이로’ 등의 명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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