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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펀드,넌 누구냐] ⑥ KB멀티매니저브릭스펀드



한 운용사가 모든 국가의 증시나 섹터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을 터. 때문에 지난해 해외펀드가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가운데서도 국내 운용사의 상품보다는 해외 운용사 상품을 그대로 가져다 파는 위탁운용 펀드만 넘쳐나기도 했다.

KB자산운용의 ‘KB멀티매니저브릭스펀드’는 국내에서 유일한 멀티매니저펀드다. 여기서 매니저 개념은 일반 개개인의 펀드매니저나 펀드운용팀이 아니라 자산운용사를 말한다.

이 펀드는 브라질 투자부문은 세계적 자산운용그룹인 BNY멜론에셋브라질이 담당하며 중국과 인도는 JF에셋매니지먼트가 운용하고 러시아만이 KB자산운용이 러시아 인덱스의 구성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일반주식형펀드가 우량주나 우량자산을 선별, 운용한다면 멀티매니저펀드는 특정 섹터나 국가에 전문화된 매니저를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즉 펀드 내에서 여러 운용사를 운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지역별 배분은 중국과 브라질이 각각 32%, 31%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 20%, 인도 17% 등이다. 기본적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 브릭스 지수의 국가별 비중에 맞춰 운용하며 3개월마다 조정에 나서게 된다.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 멀티매니저펀드는 일정 기간마다 매니저를 교체하거나 비중을 조정하는 것. 그러나 KB자산운용의 이 펀드는 주기적으로 비중만을 조절할 뿐 매니저인 운용사를 바꿀 수는 없다.

현행 제도상 투자일임계좌가 아닌 펀드는 운용사를 교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중국 담당 운용사를 교체하는 방안을 금융감독원과 협의 중에 있으며 향후 제도가 개선될 경우 외국과 같은 멀티매니저펀드들도 가능할 전망이다.

KB자산운용 마케팅팀 장순모 차장은 “한 운용사가 브릭스 4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국가별 전문운용사들의 조합이 더 높을 성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하에 멀티매니저 스타일의 펀드를 선보이게 됐다”며 “향후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른 해외 펀드나 신규 해외펀드에 대해 멀티매니저 개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펀드를 선별해 운용하는 펀드오브펀드가 각각의 담당 매니저들에게 자금을 일임하고 주식 비중 변화나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거나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비해 멀티매니저펀드는 매일매일 현금 흐름이나 보유 주식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멀티매니저 투자기법을 체계화한 러셋인베스트먼트그룹 브루스 플럼 아시아지역 총책임자는 “지금과 같이 예측하기 힘든 시장에서는 특정 자산이나 섹터투자보다는 분산투자에 나설 때”라며 “각 운용사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화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멀티매니저펀드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KB멀티매니저브릭스펀드의 한달간 수익률은 -24.71%. 올해 초만 해도 브릭스 펀드 중 수위를 다퉜지만 각 모펀드가 환헤지를 하고 있어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소폭 밑돌았다.

한편 KB자산운용의 멀티매니저펀드는 공모 형태로는 브릭스펀드가 첫 상품이지만 지난해 3월 PB센터 상품으로 재간접 형태인 ‘KB월드스타매니저주식재간접’ 펀드를 내놓은 바 있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