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지원특파원】내년 1월20일 제 44대 미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의 임기 초기 가장 큰 숙제는 당연히 경제이다. 미국의 국민들은 건국 이후 첫 흑인 대통령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비교할 만큼 오바마 당선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들의 기대를 의식한 듯 오바마는 당선 이후 ‘신 뉴딜(New Deal)’이라는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뉴딜’은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시행한 정책이다.
오바마 경기부양책은 향후 2년간 250만개의 고용창출을 비롯해 도로 정비 및 건설, 학교 설립, 에너지 효율성 제고, 인터넷 환경 개선, 보건 및 정보기술 투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걸어야 될 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오바마 자신도 최근 타임지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미국 경제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시인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자문팀은 향후 2년 동안 최대 1조달러에 이를 수 있는 경기부양책을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규모는 자문팀이 당초 검토했던 6000억달러를 훨씬 넘는다.
자문팀은 최근 오바마 당선자가 내건 250만개의 일자리 창출 목표 달성을 위한 경기부양책 마련을 위해 경제전문가들을 만나 논의한 결과,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2년간 최대 1조달러를 투입하는 과감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자문팀이 고려하고 있는 이 경기부양책은 이미 의회에서 승인된 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법안과는 별도의 것이다. 오바마 자문팀은 6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면 오는 2011년 1분기에 그들이 내건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2년간 8% 실업률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실업률을 7.5% 또는 그 이하로 낮추는 수준에까지 이르려면 약 85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자문팀은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1조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의 경기부양책이 공화당 의원들과 대규모 재정적자에 반감이 큰 중도보수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얼마나 큰 반발에 부딪힐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1월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에도 여러 경제지표들은 회복의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를 유발한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의 주택시장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미 전체 주택가격은 같은 기간에 비해 8.4% 하락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한해 동안에만 미국의 총 주택가치가 무려 2조달러 이상 폭락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전문가들은 미국 내 주택 차압 증가로 저가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어 신규 주택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경기에 따른 해고로 인해 날로 불어나는 실업수당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13개 주정부가 재정난으로 인해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상황까지 처했다.
개인 및 중소기업들의 파산 보호신청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 회계연도(2007년 9월∼2008년 9월)에 파산 보호신청한 회사는 총 104만개사로 전년 동기대비 약 30% 증가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연일 경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미국의 ‘빅3’ 자동차 문제도 오바마에게는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140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GM 등 빅3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지원하는 데 협조해 줄 것을 상원과 하원 의원들에게 신신당부했으나 빅3 지원 관련 법안은 미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해 오바마 당선자에게 정치적 상처를 입혔다.
비록 새해에는 상원과 하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 의석이 더 늘지만 오바마 당선자가 야심적인 경제 정책 등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 이번 빅3 지원 입법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경제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운 ‘당근’은 중산층을 겨냥한 세금감면 혜택이다. 오바마는 “본인의 선거공약대로 근로자의 95%는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것이며 저소득층도 같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연봉이 25만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의 경우 부시 행정부에서 받아온 세금 감면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거운동 당시 중국과의 무역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 있는 오바마는 취임한 뒤 일단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정계 및 경제 관계자들과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이 처한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대중국 유화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외교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문제에서부터 지구온난화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제 현안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과 협력 강화를 꾀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위안화 환율 조작 가능성 및 인권 개선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에서 4번째 경제대국인 중국이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전 세계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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