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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출되는 닭 염지 기술/유현희기자



“국내 닭 염지 기술이 유출되고 있다.” 얼마 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시장조사를 다녀온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가 전한 충격적인 이야기다.

‘첨단 산업이 아닌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그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치킨 분야에서 유출될 기술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국내 치킨 브랜드들은 대부분 닭의 속살에 양념이 배도록 하고 고기를 연하게 하는 염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의 경우 닭 조리법이 다양하지만 상대적으로 염지 기술은 인지조차 못하는 기업이 많다고 한다. 한국의 치킨이 해외에서 선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인 셈이다.

이런 기술이 유출됐다고 하니 이미 해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들로선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기술 유출의 중심에 국내 기업들이 있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기술을 팔아 먹은 것은 아니지만 해외시장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하면서 기술이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해외에 진출해도 소스와 튀김용 밀가루 등을 대부분 한국에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과정상 부패의 위험이나 냉동 상태로밖에 장시간 유통할 수 없는 계육의 경우 현지 조달이 불가피하다.

진출한 국가의 계육가공 공장과 공급계약을 한 후 자신들의 브랜드에 맞는 닭을 공급받기 위해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몇년간 손발을 맞춰온 국내 공급업체와 해외의 공급업체가 같은 수준의 재료를 공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내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해외의 여러 공급업체에 기술을 알려주고 그 중 한국 공급업체와 가장 비슷한 곳과 계약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공급업체들에 기술만 유출시켜주게 되는 것이다.
동남아의 한 공급업체는 이 염지 기술을 토대로 자체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치킨브랜드가 앞으로 몇년 후면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차라리 국내 기술자를 파견해 핵심기술까지 전수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기술 유출은 없었을 것”이라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되짚어 볼 때다.

/yhh12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