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구매 과정에서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도 형사처벌과 함께 최장 1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도록 한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확정한 가운데 특정 제약사의 제품 사용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조한창 부장판사)는 모 대학병원 영상의학과장 김모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종합병원 영상의학과장 정모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인정된 3000여만원, 1500여만원은 추징판결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전직 제약업체 사장 박모씨와 직원 이모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또 다른 전직 제약업체 사장 손모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제약회사들이 의약품이나 의료재료 납품관계에 있는 해당 병원 의사들과의 유대강화, 경쟁사 침투 방지 목적으로 수년에 걸쳐 상품권, 선물지급, 회식비, 골프접대 등을 제공했고 그 돈이 수년간 수천만원에 이른다”며 “새로운 거래관계를 형성하거나 기존 거래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개별 의사가 받은 재산상 이익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고 사건에 연루된 제약사 기준 리베이트 규모가 각 7억원, 2억8000만원, 8억3000만원에 달하는 등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면서도 “의사들이 전과가 없고 제약회사들 역시 개인적 이득보다는 매출액 감소 등 불이익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런 행위를 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04년 12월 CT, MRI 등 촬영 때 투여되는 조영제 수입판매업체 A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자사 제품을 계속 사용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3000여만원 및 골프비, 선물, 회식비 지원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직 제약회사 사장 박씨는 자사 제품 사용 대가로 이들을 비롯해 서울보훈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소속 의사 등에게 100여차례에 걸쳐 7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됐다. /yjjoe@fnnews.com조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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