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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융사고.."PB 직원, 거액 예치금 무단 인출"..경찰 수사

최근 은행 관계자에 의한 횡령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속칭 ‘부자고객’을 전담하는 특정 시중은행의 PB(프라이빗 뱅킹·은행이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종합 관리해 주는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이 거액의 고객 정기예금을 빼돌렸다는 단서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특히 PB의 경우 고객 신원보장을 위해 해당 직원과 고객간에 은밀하게 상담 등이 진행되는 특성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상존, 은행과 증권사의 내부통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4억 빼돌려 파생생품 투자”

28일 서울동작경찰서와 A은행 등에 따르면 은행측의 자체 조사에서 서울 모지점에 근무하던 B과장(37)이 PB업무중 고객이 예치한 14억여원을 무단으로 인출, 사용한 정황이 나와 경찰에 고발했다.

은행 관계자는 “ 평소와 달리 행동이 이상해 해당 지점장이 B과장의 동태를 예의주시했다”며 “B과장은 지점장과 면담중 앞·뒤가 다른 말을 하다가 지점장 추궁에 실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은행측은 이어 내부조사 과정을 거쳐 금융사고에 대비해 가입한 ‘금융기관 종합보험’을 통해 손실금 14억여원을 고객에게 보상처리했으며 금융감독원에 사고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은행 각 지점에 공문을 통해 사고 사례를 전파 및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B과장은 자신이 인출한 14억여원 중 상당액을 선물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탕진했으며 은행측은 B과장을 면직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관계자는 “B과장은 ‘만기가 도래한 고객이 찾아간다’고 말한 뒤 거액을 인출해 선물이나 파생상품 투자 등에 사용, 거의 탕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객과 상담 등이 은밀히 이뤄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밀성, 사고 위험 상존”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2002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내부통제를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최근에도 지도 공문을 (일선 은행 및 증권사 등에)발송했다”며 “PB교육 및 전반적인 업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PB업무의 경우 비공식화, 은밀성 때문에 내부 통제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힘들다”며 “은행측이 단기적 수익성 때문에 내부통제를 강화하지 못해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은행 등 금융권은 PB의 수익성 측면만 고려하지 말고 절차적 원칙을 세워 금융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며 “PB의 경우 내부통제를 벗어난 위험성이 항상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io@fnnews.com박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