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군사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6여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재일교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1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5년8개월간 복역한 재일교포 이종수씨가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자백에 의해 이뤄진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수사관들에게 불법 연행돼 구금된 상태에서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 등을 당해 이뤄진 것으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재일동포 유학생을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이씨를 불법 연행, 39일간 강제구금한 상태에서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이로 인해 이씨가 아까운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내국인과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될 책무를 진 국가가 반정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한 정권안보 차원에서 재일교포인 이씨가 한국어를 잘 못해 방어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점을 악용, 공작수사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재판부는 권위주의 통치시대에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씨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판시했다.
1980년 일본 내 민족학교의 한국어교사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이씨는 고려대 재학 중 재일교포 학생 중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 수사에 들어간 보안사에 의해 강제 연행돼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간첩임을 허위 자백했다. 이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하던 중 1988년 5년8개월만에 형 집행정지로 출소했으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08년 ‘고문에 의한 조작사건’ 규명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다.
/yjjoe@fnnews.com조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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