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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기후변화 재해’ 아시아의 각성/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전 세계 재해 발생의 38%가 아시아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 피해를 입고 고통받는 사람은 전 세계의 90%가 아시아에 있다. 이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참혹한 일이다. 아시아인의 각성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추세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기후 변화 피해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올해 100년 만의 폭설, 한 달 만에 3번의 태풍 내습, 추석연휴에 발생한 기습 폭우, 평년보다 11일 이상 많은 강우일 수(57.1일) 등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렇게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가 우리나라에서 모인다. 25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개최되는 '제4차 유엔재해경감 아시아각료회의'는 유엔 회의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난 2004년 동남아 쓰나미로 인해 20만명이 인명 피해를 당한 후에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돼 만들어진 것이 유엔아시아각료회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62개국 각료급 공무원들의 모임이다.

이번 회의에는 아시아·태평양 이외 지역 나라에서도 일부 옵서버로 참석하고 세계은행이나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적십자사(IFRC) 등이 범세계적으로 참여한다. 부탄 총리(행정수반)를 포함해 중국·일본·말레이시아·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뿐 아니라 태평양·유럽 등 52개국 재난관리 각료, 유엔기구,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글로벌 리더 800여명이 참석,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물에 잠기고 있는 몰디브와 투발루, 베트남에서도 장관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기후변화 적응을 통한 재해위험 경감'이다.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대해 아시아·태평양의 모든 국가가 적극 공감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회의가 형식에 많이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을 타파해 회의 방식도 독특하게 진행된다. 즉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회의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의와 관련, 우리에게 거는 유엔의 관심과 역할은 크다.

마지막 날에는 기후변화대응 방재실천계획에 대한 논의 결과가 인천선언문(Incheon REMAP)으로 발표될 것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해 플랫폼이 설치된다. 이 플랫폼은 아시아·태평양국가들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난 줄이기 공동의 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플랫폼은 유엔에서 송도에 설치한 유엔 재해경감국제전략(ISDR) 동북아사무소와 유엔 방재연수원에서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 플랫폼은 인도주의적 국제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갖게 된다. 그중에 첫 번째가 기술의 공유다. 우리나라도 태풍 진로에 따른 피해예측 시스템인 방재정보시스템(TCDIS)과 피해조사 자동화시스템, 지진재해대응시스템 등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정보 공유의 장이다. 황사는 중국에서 발현되지만 피해는 한국이 크게 입는다. 백두산 화산폭발 정보는 관련 주변 국가들이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재난 정보가 이 플랫폼에서 논의되고 공유하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국제협력이다. 중국 쓰촨성에 지진이 발생해도 거기에 도움의 손길이 가기까지 여러 국가의 장벽으로 인해 곤란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가 중앙구조대를 재난피해 국가에 파견을 하게 되는데 민항기를 이용하면 도착 시간도 늦어지고 장비도 못 가져가는 등 애로점이 많았다. 이에 대통령이 군용기를 활용하도록 조치를 해줬는데도 군용기가 다른 나라의 영공을 지나 현장에 도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부분들이 이번 회의에서 국제협력사항으로 논의되게 될 것이다.

이밖에 개발도상국 또는 재난취약국가의 공무원을 비롯해 전문가들의 교육훈련도 중요하다.

이것은 인천 송도에 문을 연 유엔방재연수원이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 회의 성과는 재난관리의 중요성을 아시아 국가가 공감하고 아시아의 각성과 협력을 유도해 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경제협력과는 다른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깊이 각인시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