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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중남미 영화’ 바람

‘중앙역’ ‘시티 오브 갓’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등 남미 영화들은 거대자본과 오락적 요소를 앞세운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맞서 독특한 스토리와 남미 특유의 정열적인 영상을 선보이며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아왔다. 올 가을 극장가에 중남미 영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 ‘노라 없는 5일’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각각 다른 장르와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 해외 유수 영화제의 수상이 연이어지고 있는 작품들이다. 12월 초 개봉하는 ‘베리드’는 단 한명의 배우가 ‘관’이라는 한 곳의 장소에서 연기를 펼치는 특이한 구성과 북미·유럽이 합작한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 출신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베리드’는 갑작스런 습격으로 생매장된 한 남자의 극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숨쉬는 것조차 버거운 ‘관 속’이라는 오직 단 하나의 공간과 그 안에 갇힌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단 한 명의 배우만이 등장한다. 2010년 선댄스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폐쇄 공간인 ‘관 속’에서 오는 극도의 공포감을 한 컷 한 컷 치밀한 연출로 심도깊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분)는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습격 당하게 된다. 깨어나보니 입과 손이 묶인 채 좁은 관 속에 갇혀 있고 주위에는 칼, 라이터, 주인없는 휴대폰 뿐이다. 땅 아래 파묻혔기 때문에 탈출구도 없고, 단지 90분간 버틸 수 있는 산소가 전부다. 12월 2일 개봉.

2010년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는 아르헨티나의 거장 ‘후안 호세 캄파넬라’의 노련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house)’, ‘성범죄 전담반(Law&Order)’ 등을 연출한 경력이 있는 감독은 축구장 촬영과 추격신에서는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헬기촬영을 선보이고 배우들의 슬픔과 사랑을 담아내는 순간에는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관조하는 등 이 영화를 통해 노련미를 발산했다. 25년이라는 시간을 오고 가며 살인사건의 진실과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랑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11일 개봉.

지난달 21일 개봉한 멕시코 영화 ‘노라 없는 5일’은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펼쳐지는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다. 멕시코 출신의 여성감독 마리아나 체닐는 이 영화로 2009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감독상, 2009년 로스앤젤레스 라티노 영화제 감독상과 최우수 데뷔상, 2009년 하바나영화제 그랜드 코랄(Grand Coral) 등 유수 영화제에서 12개의 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데뷔를 했다.

노라(실비아 마리스칼)는 유월절(유대인의 축제일)을 맞아 소중한 사람을 정찬에 초대한다.
이십 년 전 이혼했지만 맞은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전 남편 호세(페르난도 루한)와 독립한 아들 루벤(아리 브릭맨), 둘도 없는 친구 파비아나(안젤리나 펠라에즈)까지 아끼는 지인을 부른다. 하얀 식탁보에는 예쁜 접시들이 정갈하게 정돈돼 있고, 손질된 음식 재료마다 요리 레시피가 붙어 있다. 하지만 손님들이 하나 둘 도착했을 때 노라는 없었다.

/moon@fnnews.com문영진기자

■사진설명=영화 ‘노라 없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