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연인타령만 할 겁니까? 이런 건 어때요. 크리스마스에 애인은 없고 집에서 특선영화나 보는 외로운 솔로들을 자극하는 멘트. 크리스마스엔 확 비나 쏟아져라.”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의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극중 주인공 대사다. 드라마 속에서 백화점 대표이사로 등장하는 김주원씨는 기존의 크리스마스 이벤트 기획이 천편일률적임을 비판하며 역발상으로 크리스마스에 소외된 싱글 고객을 잡자는 전략을 제시한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가족뮤지컬 <애니> 역시 이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존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정확히 ‘가족’을 타깃으로 한 뮤지컬이며 주인공 애니가 부모님을 찾기 위해 고아원을 탈출해 고생 끝에 결국 부잣집에 입양되는 전형적인 해피엔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뮤지컬 ‘애니’는 크리스마스면 꼭 봐야 하는 가족영화 ‘나홀로 집에’ 시리즈처럼 크리스마스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인 테마송 tomorrow(투마로우)의 가사 ‘tomorrow tomorrow 내일을 기다려 내 꿈을 이룰 거야’처럼 아이들에게는 장밋빛 미래를, 어른들에게는 새해의 희망을 다시금 품게 하는 힘을 준다. 극 중 루즈벨트 대통령도 애니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를 들으면서 경기 회복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고아지만 주눅 든 기색 하나 없이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11살 소녀 애니는 갓난아기 때 자신을 꼭 찾으러 오겠노라는 편지와 함께 고아원 앞에 버려졌지만 단 한 번도 부모님을 원망한 적 없는 밝은 아이다. 특유의 낙천적인 마인드로 부모님을 찾으러 고아원을 탈출하는 용감무쌍한 소녀기도 하다.
“저는 애니구요 제 부모님을 찾아요” 라며 사람들에게 당당히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이 대견하다. 이 간 큰 소녀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며 악수를 청하기도 한다. 천연덕스러운 애니의 모습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처럼 애니는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힘을 갖고 있다.
돌출무대를 이용해 관객과 더 가까진 2010년판 ‘애니’는 화려한 트럼펫 연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1976년 미국 굿스피드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한 뮤지컬 ‘애니’는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후 30여 년 동안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뮤지컬 ‘애니’는 지난 16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며 이달 28일까지 계속된다. 주인공 애니역에는 김미랑과 손영혜가, 억만장자 워벅스는 배우 이영하와 주성중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연문의: 서울시뮤지컬단 02-399-1772)
/polarispark@fnnews.com박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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