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 신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권이 이번엔 금융기관의 무역보험기금 의무출연 문제로 들썩이고 있다. 금융권의 무역보험기금 출연은 다른 나라에서 도입된 사례가 없고 결국 대출금리 인상 등 금융소비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박진 의원(한나라당) 등은 최근 금융기관의 무역보험기금 출연 의무조항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무역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원입법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은 대출금에 대해 연율 0.3% 범위 내에서 기금을 출연해야 하며 대상 대출금의 범위 및 요율은 지식경제부령으로 위임토록 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정부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기금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효율적인 채권회수 업무를 통한 기금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기금의 재원에 '금융기관의 출연금'을 추가토록 했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무역보험제도는 종전 수출보험제도에 수입보험을 추가한 제도로 최근 수출보험공사가 관련법 개정으로 무역보험공사로 재출범하면서 도입됐다. 수출업자가 수출대금을 떼이거나 수입업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기금을 바탕으로 이를 대위변제하게 된다. 문제는 제도 도입 후 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3년 사이 무역보험기금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금융권 출연을 통해 충당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보험 기금은 지난 2007년까지 1100억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하며 기금 잔액이 약 2조원에 달했으나 새로 도입된 원자재 가격변동보험, 수출신용보증, 해외자원개발종합보험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지난 2008∼2009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잔액이 1조7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금융권은 무역보험기금 제도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합리성이 떨어지고 결국 각종 금리와 수수료 인상요인이 돼 금융소비자들의 비용 부담만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기금 등에 이미 출연하고 있어 중복출연이 불가피하고 향후 거시건전성기금(일명 은행세) 도입까지 예정돼 있어 부담이 과중해진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무역보험기금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출업자와 수입업자가 부담해야 하며 금융권 부담은 이해상충이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안정적 자원확보, 환율변동보험, 원자재변동보험 등 국가정책에 따른 제도는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처럼 공공성 차원에서 정부 재정을 통해 보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dskang@fnnews.com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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