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후발 국가들의 저가 공세로 경쟁력을 잃었던 의류 중심의 섬유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신성장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섬유산업은 수출, 고용을 이끄는 핵심 기간산업으로 과거의 위상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11일 섬유업계는 제25주년 '섬유의 날'을 맞아 '오는 2020년 세계 4위 섬유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선포했다. 섬유수출 210억달러, 생산액 56조원, 고용 100만명 창출, 신섬유 비중 60%를 달성해 시장과 기술을 고루 확보한다는 목표다. 섬유의 날은 섬유산업이 국내 단일산업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지난 1987년 11월 11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섬유의 날 기념식에서 노희찬 섬유산업연합회장은 "섬유산업이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 신기술과 융합하면 오는 2020년 세계 4위 섬유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섬유·패션업계가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신기술 개발을 통해 선진국형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은 이미 재도약기로 접어들었다. 국내 섬유수출은 지난 2009년 11월 이후 18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19.5% 증가한 139억달러를 기록, 섬유산업의 부활을 이끌었다. 올해 섬유수출 예상액은 159억달러로 지난 2001년(161억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기대는 국내 섬유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점이다. 소수의 선진국이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독과점체제에서 국내 섬유업체들은 최근 신섬유 투자와 기술개발을 확대, 선전하고 있다.
코오롱의 에어백시트와 해도형 장섬유, 휴비스의 자동차용 로멜팅 섬유, 웰크론의 극세사클리너 등은 세계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웅진케미칼의 고강도 아라미드섬유, 동양제강의 해양로프용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 영도벨벳의 액정표시장치(LCD)용 러빙포 등은 우리 기술로 국산화한 신섬유들이다.
또 섬유산업 생산공정 기반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도 국내 섬유산업의 강점이다. 이런 경쟁력을 높인 데는 정부와 업계가 지속적으로 확대한 '섬유 스트림(원사-직물-염색-의류 등) 간 협력사업'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07년부터 민관 합동으로 정부출연금 1164억원을 투입, 지난해까지 수출액 1억7400만달러, 시제품 출시 5037건 등의 실적을 거뒀다. 성공작도 여러 개 만들어냈다. 휴비스, 벤텍스, 경봉섬유 등이 참여해 개발한 '드라이존(1초 만에 건조되는 직물)' 제품은 1년 만에 매출 132억원을 올린 데 이어 5년 내에 1000억원 매출이 기대된다.
자유무역협정(FTA)도 큰 기회다. 유럽연합(EU), 칠레,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44개국과 FTA로 섬유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미 FTA가 비준되면 13.2%의 평균관세가 폐지돼 경쟁국인 중국, 터키, 인도, 동유럽 국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대미 섬유수출은 연간 2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섬산련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슈퍼섬유, 나노섬유 등 신섬유 개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선진국과 4∼7년 정도 격차가 나는 우리나라 신섬유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기술개발 투자, 스트림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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