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을 국가나 지자체 등이 무상 취득했을 경우 사업 시행자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하자보수비용을 부담할 책임이 있다며 경기 부천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시설물 복구비용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택지개발사업 시행자가 설치한 공공시설에 시공상 또는 재료상 하자가 있더라도 그 공공시설을 무상으로 취득한 국가 등은 뚜렷한 법령상·계약상 근거가 없는 한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사법상 하자담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뚜렷한 법령상 및 계약상 근거가 없는데도 하수도 시설물을 원시취득하게 된 원고가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피고에 대해 이 사건 하수도 시설물의 시공상 및 재료상 하자에 관한 보수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 택지개발촉진법상 원시취득에서의 하자담보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부천시와 LH는 지난 1990년 3월 부천중동택지개발지구 택지개발협약을 체결했다. 1~3단계 지역 중 2~3단계 지역을 LH가 사업시행했다.
LH가 시행한 공공시설물 중 하수도는 1993년께부터 신축된 아파트에 주민이 입주하면서 모든 구간이 공용으로 사용됐고 각각 1996년 1월과 1994년 1월 LH가 준공처분했다.
부천시는 이후 국토해양부 지시로 LH로부터 하수도 시설을 인수키로 했으나 양측 간 하수도 보수비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인수협의가 진행되지 않자 보수비용 11억원을 들인 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하자보수 책임은 택지개발사업의 준공처분권한까지 위탁받은 LH에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LH로 하여금 부천시에 143억원을 지급하도록 했고 2심 재판부는 "하자감정이 공사 완료 시기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보수비용을 제한한다"며 86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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