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표.
#.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서울 신촌 A대학 교환학생으로 온 맥스(26)는 최근 6개월간 맺은 월세 임대계약이 끝나 새로운 집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 6개월간은 단기임대계약을 조건으로 월세 50만원에 15만원의 웃돈을 얹어 65만원에 거주했지만 집주인이 더 이상 계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단기임대를 찾으러 신촌 일대를 돌아다녀도 집을 구하지 못해 결국 고시원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학기를 앞두고 대학가 전·월세난이 심각한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들 역시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들은 단기임대로 월셋방을 구하려 하지만 계약조건에 맞는 집이 없어 고시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기임대, 없거나 비싸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학가 근처 고시원 등의 외국인학생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신촌 일대 고시원 업주들에 따르면 입실자 중 외국인학생 거주비율이 20% 내외에 달한다. 신촌의 B고시원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월세를 구하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입실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통상 20% 정도에서 많은 곳은 40%에 이를 만큼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학생들이 고시원으로 몰리는 것은 대학가 인근 원룸에서 단기임대매물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통상 한국어 연수 등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은 단기체류, 또는 일정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아 단기임대매물을 선호한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은 최소 1년 이상이어서 이런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다. 대현동 캠퍼빌 공인 관계자는 "대학가 원룸 주인들은 단기임대계약을 꺼리기 때문에 인근 대학 부속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들이 단기월세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학가는 원룸수요가 꾸준히 있는 곳이어서 주인 입장에서는 굳이 단기임대계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매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단기임대매물을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지만 어렵게 구해도 통상 20%가량의 웃돈을 지불해야 하는 게 당연시됐다. 대현동 B공인 관계자는 "전용 17.5㎡의 원룸이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55만원에 형성됐지만 단기임대물은 여기에 15만~20만원가량의 웃돈을 지불하는 게 통상"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1년 계약을 포기한 비용만큼 웃돈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보증금 분쟁에 국적차별까지
어렵게 방을 구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집주인들이 국적에 따라 임차인을 골라 받기 때문이다. 이문동 모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국인의 경우 지저분하게 방을 쓴다는 생각 때문에 집주인들이 세입자로 들이기를 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보증금 반환 문제도 불거진다.
이 관계자는 "유학생들의 경우 갑작스러운 귀국 등 일정변화가 생기면 보증금 반환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중개업소 입장에서도 유학생들의 단기임대물 중개가 번거로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들은 고시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맥스는 "비좁은 고시원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내키지는 않지만 단기임대가 자유롭고 월세에 웃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곳은 고시원밖에 없지 않으냐"며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것이 주거문제 "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손영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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