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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대응 어떻게] (상) 서울지역 기상재해 및 수방대책 현황

[기상이변 대응 어떻게] (상) 서울지역 기상재해 및 수방대책 현황

서울지역이 지난 2010년과 2011년 여름에 기습적인 집중폭우로 사상 초유의 물난리를 겪었다. 서울에서도 심장부인 광화문 일대가 2년 연속 대규모 침수피해로 기상재해로부터 유린당했는가하면 지난해에는 우면산에 '물폭탄'이 터져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기상재해로 서울에서만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는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 도시방재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수해방지 대책을 도시안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뉴스는 이상 기후에 따른 서울의 재난 현황 및 전망과 수해방지 대책의 현 주소 및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진행한다.

서울은 지난 2010년 9월과 2011년 집중호우로 광화문 광장, 신월동 일대, 강남역 사거리, 사당역 사거리 등 도심 곳곳에서 큰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들 지역에 내린 비는 시간당 100㎜ 안팎의 강한 국지성 강우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는 같은 서울지역에서도 강수량이 집중되는 등 극심한 국지성 호우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청은 전남 목포, 고흥, 해남, 경남 남해, 부산, 울산, 경북 포항 등 바다와 인접한 해안 일부 지대를 아열대 기후대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후대는 2040년이면 서울을 비롯해 충남 서산, 전북 군산, 경북 울진, 강원 강릉, 속초 등 남한의 모든 해안선 지역은 물론 충북 청주, 경남 합천, 경북 구미, 대구 등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북상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아열대성기후…국지성 폭우 빈발

그러나 이번 유례없는 집중 호우에 비춰볼 때 서울은 이미 이 기후대에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로 서울은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지난 100년간 기온이 2.4도나 상승했다. 전국 평균기온도 1.5도 올랐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0.7도)에 비해 기온 상승폭이 서울은 3배, 전국은 2배 수준이다. 또 서울의 최근 30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1450㎜였지만 2010년과 2011년은 연간 강수량이 각각 2043㎜, 2039㎜로 1.4배 수준으로 늘었다.

서울시와 기상청은 10년 빈도를 기준으로 서울의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평균 76.5㎜로 파악했으며 오는 2020년에는 87.1㎜로, 2030년에는 94.1㎜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7월 27일 오전 7시.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 장대비가 2시간 넘게 쉬지않고 내리면서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빗물은 남부순환로를 따라 저지대인 사당 사거리를 순식간에 침수시켜 출근길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이 일대에서 같은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내린 비는 620㎜에 달했다. 같은해 서울의 연간 평균 강수량의 30%가 이 일대에서 사흘 만에 쏟아진 것이다. 사흘연속 강수량 기준으로는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다.

특히 27일에는 관악구에서도 시간당 111㎜가 내려 서울에서 기상관측 이래 시간당 최고 많은 비가 내렸다. 신월동을 중심으로 한 강서구 지역에서도 이날 1시간 동안 99㎜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기상재해 급증…도시안전 비상

신월동 일대는 앞서 지난 2010년 9월 21일에도 폭우가 쏟아져 주택 4727가구가 물에 잠겼고 상가 1164개와 공장 126동이 침수됐다. 신월동 폭우는 이 당시 시간당 93㎜로 이날 하루 동안 302㎜가 쏟아졌다. 신월동 일대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인 데다 목동신시가지 조성에 따른 저지대화로 물이 빠지지 않는 완만한 지형이어서 폭우에 취약하다.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도 2년 연속 물에 잠기는 수모를 겪었고 강남역∼한강, 사당역∼한강 구간에서 주택 7764채와 상가 4221개가 각각 침수됐고 신대방역∼여의도에는 4333채의 주택이, 길동∼한강은 1025채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의 침수 원인에 대해 최근 집중호우의 강도가 증가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지만 시간당 40∼50㎜의 강우에도 하수 관거가 만수위에 차는 등 시설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근본적인 이유로 꼽고 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인근 하천보다 저지대인 데다 분지형의 완만한 경사를 갖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것. 이들 지역에 대규모 빗물 저류조와 빗물 펌핑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이 같은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어서 현재의 기상 여건에 맞는 새로운 수방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도시 안전 차원에서 수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광화문과 신월동 등 주요 침수지역에는 일본 도쿄 등과 같이 지하 40m 지점에 대규모 저류시설을 갖춰 홍수기에 물을 저장해 침수피해를 예방하고 평상시에 물을 뿜어내는 방안(대심도 저류시설)을 놓고 검토 중이다. 서울시 고태규 하천관리과장은 "서울은 지역여건이 분지구조이고 저지대 개발이 이뤄졌다"며 "때문에 중상류지역에 물을 가둬놓을 수 있는 저류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빗물관거 확장이 어렵거나 갑작스러운 빗물 집중으로 배수처리가 어려운 저지대에는 대심도 저류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