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계 대중음악의 스타들이 잇따라 사망하고 있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그래미상을 여섯차례 수상한, 우리에게는 영화 '보디가드'로 유명한 휘트니 휴스턴이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최근에는 '디스코의 여왕' 도나 서머와 왕년의 인기 트리오 비지스의 멤버인 로빈 깁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서머와 비지스는 지난 1970년대 말에 국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춤인 디스코의 인기 덕에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서머는 지난 1979년 4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표지에 '디스코가 장악하다'란 제목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비지스는 존 트래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곡들이 대 히트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으며 이 앨범은 무려 1500만장 이상 팔린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렸을 적 친척들, 특히 고모들한테 놀러가면 이 레코드판이 있던 집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나 디스코 음악은 인기도 많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 결국 하향길에 접어들었다. 지난 1979년 7월 미국 시카고의 한 라디오 방송국은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과 협의해 홈경기에 듣지 않는 디스코 레코드판을 가져오는 관중한테 입장료 중 98센트를 환불시켜주는 행사인 '디스코 폭파의 밤(Disco demolition night)'을 홍보했다. 당일 5만2000석 규모인 커미스키 구장에 9만명이나 몰렸으며 경기장 한가운데 레코드판들을 쌓아놓고 폭파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들뜬 관중은 경기장 안으로 난입하고 곳곳에 불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 됐고 야구경기는 몰수처리가 됐다.
디스코처럼 폭발적 인기를 누리다 사라진 또다른 장르가 있다.
지난 1991년에 미국 시애틀의 클럽가에서 연주하던 무명의 젊은 밴드들이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누군가에 의해 이 장르는 '그런지(Grunge)' 또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로 불리기 시작했다.
정통 록을 구사하는 이들 뮤지션은 음반 판매나 라디오 방송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추구했다. 의상도 청바지에 간편한 남방이나 티셔츠 차림을 했는데 요란한 의상과 화려한 뮤직비디오에 염증을 느낀 팬들은 이들의 음악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일부 미국 정치전문가들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끈 이 음악이 빌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지' 음악의 인기 도화선은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 커트 코베인이 주도하는 트리오 너바나(Nirvana)의 앨범 '네버마인드(Nevermind)'가 발매되면서였다. 이 앨범은 지난 1992년 당시 한창 인기를 얻던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Dangerous)'를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서 밀어냈다.
코베인은 이 명반이 출반되던 날 집이 없어 길거리서 자야했던 노숙자였다. 유명세를 의식하지 않는 음악을 하던 이들이 부와 명성을 갑자기 얻자 일부는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 X세대들의 최고 우상이된 코베인은 지난 1994년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줬다. 그후 많은 그룹이 해체를 했으며 '그런지' 음악은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디스코와 그런지에서 보듯 인기 있는 음악장르가 원인이 다르지만 오래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알던 홍콩계 친구를 만났는데 그가 하는 말이 자신의 조카가 한국 가수들에 열광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노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한국 말까지 배우려 하고 있으며 다음달 홍콩에서 있을 대형 K-팝(pop) 합동공연 관람을 위해 방학 여행 일정까지 바꿨다고 했다. K팝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지하철 9호선을 타면 새로 나온 걸밴드나 보이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몇초 동안 소리없이 보여준다.
몸매가 예쁘거나 잘생긴 밴드 멤버들이 안무에 맞춰 춤을 추지만 몇 번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비슷한 동작 같고 그게 그것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과 비디오가 되풀이 되면 팬들이 싫증이 안 난다는 법이 없다. 당장의 인기보다는 앞을 보며 계속 새롭고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짜고 다양해져야 하는 것이 한류가 나갈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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