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상반기 펀드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한 시기였다. 연초 조금씩 키워가던 꿈은 5월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및 글로벌 경제에 대한 리세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대부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같이 돌아가자 펀드 포트폴리오에 어떤 상품을 추가해야 할지 헷갈린 투자자들 가운데는 펀드에 들어갈 시기만 저울질하다 시간을 다 보낸 일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하반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가져가기도 어려운 시점이다. 하반기 펀드시장도 '변동성과 차별화'가 키워드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방'을 노리기보다는 중위험, 중수익에 초점을 맞춰 자산을 나눠 담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전망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국내외 증시상황에 따라 출렁일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리스크가 하반기 주식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 기업 이익의 불확실성, 고물가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KB자산운용 해외운용부 임광택 상무는 "최근 국내증시는 지수조정 이후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주식형 펀드의 기대 수익률도 낮아지고 펀드별로 수익률이 크게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선별적인 투자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등 유럽 위기가 주가에 선 반영됐고, 내부적으로도 국내기업 이익 모멘텀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현 시점을 주식형펀드 및 주식 관련 상품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유로존 위기가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점진적인 비중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머징 채권시장에도 관심
지역별로는 공통적으로 중국펀드를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최기훈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상무는 "최근 유럽발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본토 주식은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덜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레이몬드 마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중국 소비시장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12%의 성장률을 보였다"며 "올해에는 최악의 경우에도 12%,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5%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이머징 채권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임광택 상무는 "해외펀드의 경우 하반기에도 환매가 꾸준하겠지만 최근 내수진작정책을 시작한 중국본토펀드나 유로존 안정에 따른 이머징통화안정세가 기대되므로 이머징채권펀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펀드에 다 걸기 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해외펀드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점 등 추가적인 악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2007년 브릭스(BRICs) 국가 펀드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한 관계자는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 비중을 점검해 국내 주식형펀드 비중이 적다면 해외 주식형펀드 일부를 국내 펀드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히 중국 주식의 장단기 보유 전략은 유효하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 회복한다면 단기 투자자들은 비중을 축소해 대체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등 상품 시장 글쎄?
원자재펀드 시장도 낙관적인 전망은 드물다. 기초금속과 귀금속·원유·농산물 등을 편입하는 다우존스·UBS원자재지수는 지난해 4월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진 상태다. 특히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추락한 지 오래다. 뉴욕상품시장에서 구리 선물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대부분 약세다.
흔히 대안투자 자산이라 불리며 사랑받았던 펀드들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석유.금속 실물과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국내 대부분의 원자재 펀드가 원금을 까먹었다. 유럽 위기에 원자재 가격도 함께 타격을 받으면서 대안투자상품 노릇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이자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크다, 중국은 세계 철광석의 약 60%를 소비한다.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당분간 원자재 펀드 수익률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국 브레윈돌핀의 닉 스태노제빅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원자재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고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앞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과 도시화·산업화 비율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ETF시장은 쭉~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반기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2002년 10월,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ETF가 올해로 10년째다. 순자산 총액 3444억원, 4개 종목으로 출발한 ETF는 10년이 지난 지금 시장의 대세가 됐다. 10년 전보다 30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자산 규모가 11조원에 육박한다. 종목 수도 121개에 달한다. 2008년 상반기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들어선 주식형 펀드의 운명과 대비된다.
ETF의 인기는 거래 비중이 말해준다, 지난 2002년엔 하류평균 거래량이 코스피 시장의 1.1%였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엔 시장의 8.2%까지 높아졌다.
황규용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ETF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지금처럼 섹터별로 세분돼 있지도 않아 ETF 투자수익률이 지수 상승 수준에 국한됐다"며 "최근 섹터별로 세분화된 다양한 ETF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방향성만 잘 짚으면 '시장 수익률+ α'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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