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전파에 대한 공로로 오는 22일 대교문화재단에서 시상하는 '제21회 눈높이교육상' 수상자에 벽안의 외국인이 포함돼 화제다. 그동안 눈높이교육상은 국내 교육자들이 대부분 수상했다. 외국인이 수상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13일 대교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미국 뉴욕 브롱스 차터스쿨의 브루스 발라드 교사(59·사진)는 37년간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며 제2의 한국인으로 살아왔다. 브루스 발라드 교사는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미국대사 등과 함께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파견돼 1975년부터 1978년까지 강원도 원주중학교와 전주 전북대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어와 가야금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한국어를 배운 첫날 선생님께서 거의 말씀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집중하게 되는 요인이 되었고 스스로 한국어를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며 "이를 발전시켜 '침묵학습법(Silent Way)'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봉사단원 활동 후 뉴욕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 1982년부터 1984년까지 서강대에서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 일본에서 한국어와 교육학 강사로 활동했으며 지난 2008년부터 뉴욕 브롱스 차터스쿨에서 유치원,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미국 뉴욕 브롱스차터스쿨 브루스 발라드 교사(가운데)가 지난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파견돼 교사생활을 하던 당시 한복 차림으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전주에서 가야금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가야금의 여성적인 소리에 반한 그는 1977년부터 1978년까지 일주일에 여섯 번씩 레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서강대 강사 시절에도 국립국악극단 친구에게 꾸준히 배워 당시 전주와 서울에서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30년 이상 연주한 그의 가야금 실력은 수준급으로 취미로 즐길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과 한국 동요를 부를 때 함께 연주하며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브루스 발라드 교사가 근무하는 브롱스 차터스쿨은 뉴욕 할렘가 인근에 위치한 학교로 대부분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정부지원금 중단으로 한때 한국어 강좌가 중단되었으나 그의 노력으로 자체 기부금을 마련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미국의 한국어 교사들에게 교수법을 전수하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 평화봉사단 활동을 했던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미국대사는 "30년 이상 봐왔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화와 관련해 그보다 더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한글을 읽고 즐겁게 한국동요를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외교관들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브루스 발라드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저의 직업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아리랑, 산토끼를 부르며 김밥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말할 때 행복해진다"고 웃음 지었다.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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