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을 놓고 200여건으로 추산되는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회사가 주택 담보대출 시 대출자들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당장 다음 달 전국 최대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가 예정돼 있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고객들이 제기한 유사 사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이모씨(85)가 경기 부천시 소재 B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70여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신용협동조합은 근저당권 설정비와 감정평가수수료 68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약관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고객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이는 불공정한 약관으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담보와 같이 권리를 취득하는 비용은 채권자 부담이 원칙"이라며 "근저당권 설정 비용 등을 대출자에게 부담시킨 것은 부당한 만큼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케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올 초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은행들에 '2003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근저당 설정비 전액을 고객에게 환급하고 인지세는 50%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 측은 "은행이 담보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합의해 근저당 설정비를 받은 만큼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맞서왔다.
한편 근저당권 설정비를 돌려 달라며 고객들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은 다음 달 6일과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가 예정돼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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